노재학 사진작가의 개인전 "단청, 세세상생의 빛" 전시회가 개막을 예고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노재학 개인전은 오는 22일(목)부터 31일(토)까지 부산시민공원 다솜갤러리에서 열린다. 관람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이다.
단청은 한국 고유의 미술이다. 근원을 거슬러 오르면 고구려 고분벽화에 이르는 천여 년의 오래된 빛이다. 단절되거나 잠시 빛났던 빛이 아니라 면면히 전승돼 온 세세생생(世世生生)의 빛으로 고색창연하다. 단청은 한국 전통미술의 빛이고, 민족미술의 빛이라 할 수 있다.
단청은 청적황백흑의 오방색을 중심으로 한다. 오방색에는 방위의 공간개념과 절기의 시간개념, 그리고 인의예지신의 인간의 덕목이 종합적으로 구현되어 있다. 예를 들어 청색은 공간방위로는 동쪽을 나타내고, 절기상은 만물이 소생하는 봄을 상징하며, 인간의 본성으로는 자비로움의 인(仁)을 의미한다.
색 속에 놀랍게도 시간, 공간, 인간을 통찰한 동양의 세계관과 철학이 내재한다. 색 속에 우주의 원리가 수용돼 있는 것이다. 단청은 색채 개념을 넘어 선 철학의 색채로서 조화로운 우주질서를 반영하고 구현한다.
단청은 문양과 오방색의 조합이라 할 수 있다. 단청 조형원리에서 문양은 오방색 속에 깃든다. 그 둘은 불이(不二)의 유기적 일체로서 바탕과 형상이 서로 빛나는 문질빈빈의 조화로운 구성을 이룬다. 문양과 오채의 조화로운 빛은 오묘하고 심오한 미적 느낌을 갖게 한다.
그러한 단청 빛 속에 사람의 온갖 간절한 바람과 신성함, 고귀함, 길상의 뜻을 심는다. 단청의 빛은 인간의 궁극적 이상과 염원으로 세세생생 빛난다. 궁궐, 사찰, 서원, 종택, 정려각 등 전국 곳곳의 다양한 전통건축에서 간절한 빛을 채집해서 한 곳에 모았다.
어쩌면 세상에 처음 나들이 하는 40여 점의 빛이다. 어떤 빛은 외진 산골 모퉁이에 허물어져 가는 효자각에서 찾았고, 또 어떤 빛은 폐허처럼 완전히 방치된 종가 부속재각에서 길어 왔다.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 같은 황폐함 속에서도 단청 빛은 희망처럼 빛나고 있었다.
세세생생 이어져 온 고귀한 단청 빛에 물들기를 바라며 오색의 전시회를 펼친다. "단청, 세세생생의 빛" 전시회 속에는 네 가지 빛의 세계를 펼친다.
시들지 않는 세세생생의 꽃으로 올린 공덕 장엄의 빛, 꽃 피고 새 지저귀는 지금 여기의 자비와 생명력에 올리는 세세생생 공양 예경의 빛, 언어가 형용의 길을 잃은 곳에 미묘한 상징으로 표현한 불가사의한 빛, 염원과 길상의 빛 등이다.
노 작가는 매일 두 차례 오후 2시와 저녁 6시에 전시 동선을 따라 작가의 작품해설을 진행한다. 작품해설을 통해 단청 작품에 담긴 문양의 본질을 해설하면서 사진작업 과정의 뒷이야기도 풀어낸다.
전시회 기간에 때맞춰 나온 작가의 신작 "산사명작"(불광출판사, 2022.12) 책도 전시장에 비치한다. 작가가 20여 년 간 외길로 작업해온 한국의 단청세계 전반을 엿보게 하며, 단청과 장엄세계 이해에 지평을 확장시킬 수 있는 안내서이다.
노 작가는 1년 중 근 300일을 길 위에서 보내는 사진가이다. 궁궐, 전통사찰, 향교, 서원, 종택, 정려각 등 전통 목조 건축에 남아 있는 단청 문양과 벽화 등을 20년 넘게 사진으로 기록하고 있다.
오래된 노거수와 건축 사진 작업도 병행했다. 방대한 사진 기록과 함께 전통 건축 장엄세계와 본질을 논증하면서 한국의 전통 문양과 단청 장엄을 집대성하고 있다. 2019년에는 ‘한국산사 단청의 미’ 주제로 서울, 부산, 광주, 대구 등 전국 순회 사진전시를 펼쳤다.
저서는 『한국 산사의 단청세계』(미술문화, 2019), 『한국의 단청1』(미진사, 2021)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