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여성 노리는 보이스피싱 급증
젊은 여성 노리는 보이스피싱 급증
  • 천소영 기자
  • 승인 2018.01.15 11: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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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기관 사칭해 급박한 상황, 고압적 분위기 조성
보이스피싱 범죄에 이용된 가짜 서울중앙지검 홈페이지.
                        보이스피싱 범죄에 이용된 가짜 서울중앙지검 홈페이지.

보이스피싱 사기 수법이 더 교묘해졌다. 주로 노인을 상대로 이뤄졌던 보이스피싱 범죄가 최근 20~30대 젋은층, 특히 여성을 대상으로 발생하고 있다.

주요 수법으로는 피해자의 신상정보를 알아내 전화를 걸어 검찰 수사관 및 검사를 사칭하는 방식이다. 서울중앙지검 등 특정 검찰청을 사칭해 피해자에게 명의도용으로 통장이 개설됐다고 하거나, 개설된 통장으로 불법자금 거래가 이뤄졌다며 통장 잔액을 묻는다. 또는 타인에게 개인 명의를 양도한 혐의가 있다며 수사관을 사칭해 전화로 진술을 요구한다. 이는 통장잔액을 확인해 점차 전화 금융사기를 진행하는 첫 번째 단계라고 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범인들은 일부러 전문적인 수사 용어를 써가며 고압적인 분위기를 조성한다.

지난 11일 최모(26)씨는 이와 같은 수법의 보이스피싱 전화를 받았다. 사기범은 서울중앙지검 수사관을 사칭해 피해자에게 피해자 명의의 대포통장이 개설돼 범죄에 이용됐다며 접근했다. 이어 검사를 사칭한 남성은 자신이 서울중앙지검 사이버수사팀 이동수 검사라며 수사에 협조해 줄 것을 요청했고 허위진술 시 강한 처벌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출두’, ‘구속수사’ 등의 단어로 겁을 주고 피해자를 믿게 만든 뒤, 명의 도용으로 피해자 계좌에 있는 돈이 출금될 수 있어 조사가 끝날 때까지 안전하게 보관해주겠다며 지정한 계좌로 돈을 보낼 것을 요구했다. 예금을 중도해지하고 현금인출을 요구하는 것을 수상하게 여긴 최씨는 그때서야 보이스피싱임을 인지하고 전화를 끊었다.

 

보이스피싱 사기범의 지시를 받아 사건을 조회하자 나온 최씨가 범죄에 연루됐다는 허위 내용이 담긴 페이지.
보이스피싱 사기범의 지시를 받아 사건을 조회하자
나온 최씨가 범죄에 연루됐다는 허위 내용이 담긴
페이지.

최씨는 “처음엔 의심을 했는데 무슨 사기사건이라며 사건번호를 자세하게 알려줬다. 검찰청 홈페이지를 링크로 보내며 사건번호를 검색해보라고까지 했다”고 말했으나 범인이 알려준 검찰청 홈페이지는 가짜였다.

이어 최씨는 “사기 수법이 정말 치밀하다고 생각한 것이 현재 사건이 수사 중이기 때문에 누구에게도 알려서는 안 된다고 했다. 당장 검찰청으로 조사를 받으러 오거나 전화상으로 내가 피해자임을 입증하지 않으면 구속수사 대상이 된다고 겁을 줬다”고 말했다.

이처럼 보이스피싱 예방홍보 강화와 신속한 수사체계 등으로 보이스피싱 범죄 발생 건수는 지난해에 비해 줄어드는 추세지만 범행 수법은 날로 지능화되고 있다. 특히 범행 대상자의 직업 등 신상을 사전에 파악하고 접근하는 경우가 많아 더욱 속기 쉽다.

경찰 관계자는 “공공기관은 절대로 돈을 요구하지 않는다는 것을 명심하고 수상한 전화가 결려왔을 때는 당황하지 말고 바로 112에 신고해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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