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착 줌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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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배진숙 기자
  • 승인 2018.01.22 10: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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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델바이스

그는 에델바이스를 ‘데미안’이라는 책에서

 

우연히 발견한다. 굉장히 정성스럽게 말려 보존된 압화다.

책은 청색 하드커버에 종이는 갈색으로 변색되고,

글자도 조밀한 세로줄 배열.

창호지빛 속지에 다크블루의 잉크로

년도와 날짜가 기록되어 있다. 만년필의 질감이다.

그는 잠시 아찔한다. 벌써 40년이 흘렀다는 사실이 실감나지 않는다.

뒤에 붙은 가격표에는 560원이라고 표기되어 있다.

만감이 교차한다.

요즘 젊은이에겐 에델바이스라는 꽃도, 노래도 생소하지만

그 당시에는 유행처럼 편지나 카드나, 책 속에 말린 에델바이스를

넣어 건네면서 친구나 연인들끼리의 각별한 마음을 전했다.

S누나, S오빠 하면서.

그는 사춘기 때 읽었던 당시의 책 목록도 떠올린다.

유행처럼 너도 나도 읽었던, 읽지 않으면 대화에

낄 수 없다는 듯. 헤르만 헤세가 가장 인기 있는 작가였다.

‘데미안’은 물론이고, ‘나르치스와 골트문트’,‘수레바퀴 아래서’같은 책들.

막스 뮐러의 ‘독일인의 사랑’, 이광수의 ‘무정’

루이제 린저의 ‘생의 한가운데’가 세월 저편에 있다.

압화는 시간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시간을 압핀으로 고정해서 알라딘의 마술램프처럼

과거의 시간을 생생하게 돌려놓는다.

에델바이스는 알프스의 꽃이고, ‘순수’를 상징하며

‘소중한 추억’이라는 꽃말을 갖고 있다.

에델바이스는 물망초와 함께 우리나라 한 시대의 정서를

나타냈던 풍속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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