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라 불러야 하는 거니
바람 한 점 없는데
어쩌자고 마음이 흔들리니
구름은 수천 평 감자밭을 떠메고
언덕 너머로 가는데
아슴아슴 따라가 보는데
잃어버린 호미자루처럼
어린 날, 어디에다 흘리고 왔나
지독히 쓸쓸한 냄새 때문에
꽃아 꽃아 불러도
목소리는 안으로만 휘감긴다
흙속에선 감자가 굵어가고
나 희끗희끗 나이를 먹네
감자꽃 수천 평
흐드러졌다는 말은 틀린 말
그냥 희끗희끗할 뿐이네
- 고명자의 ‘감자꽃’ 전문
시집 「술병들의 묘지」에 수록
*
혹시 밭이나 들판에 가서 감자꽃이 군락을 이루어 핀 것을 본 적이 있는가.
하나의 개체로 있을 때나, 무리로 있을 때나 감자꽃의 존재감은 확 드러나지 않는다.
꽃도 작고 흰색인데, 꽃이라 부르기도 애매한 모양과 색을 하고 있다. 빛나는 흰색도
아니고 황사가 묻은 듯 희끄무레한 흰색이라 여럿 모여 있어도 눈에 띄지 않는다.
가령 부추꽃은 작고 여리고 희지만 같이 모여 있으면 빛이 난다.
가까이 들여다보고 싶게 한다.
감자꽃은 꽃임에도 불구하고 그 희미함 때문에 보이자마자 곧 잊힌다.
존재를 부정당하는 건 슬프다.
나이 들어가는 한 여자의 生을 감자꽃에 비유해 그 쓸쓸함을 표현했다.
희끗희끗 슬픔이 고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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