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해외여행으로 칭다오를 다녀왔다. 2박 3일간의 짧은 여정이었지만 크지 않은 도시 덕분에 쾌적하고 만족스러운 여행으로 기억할 수 있게 됐다.
가장 큰 몫을 한 것은 저렴한 택시비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택시 기본 요금은 10¥으로 현재 환율로 따지면 약 1650원 정도다. 대부분 20¥ 안에 도착할 수 있을 정도로 유명 관광지가 가까운 편으로 개발도시인만큼 도로가 넓고 잘 닦여있다.
주의할 점은 넓은 도로에 비해 보행자 횡단보도 신호가 굉장히 짧다는 것인데 깜빡임 두 번에 빨간불로 바뀌는 것은 예삿일이다. 그래서인지 8차선 도로를 무단횡단 하는 사람들도 심심찮게 보였다. 개발도시의 시민의식은 아직 개발 전인가 보다.
중국에 도착해 제일 먼저 찾아간 곳은 로컬 음식점이었다. 칭다오에서 베이징덕을 먹게 될 줄은 몰랐지만 관광객이 아닌 현지인들이 식사 시간에 줄을 지어 기다리고 있는 모습이 인상 깊은 곳이었다. 기괴하게도 베이징덕은 잘 구운 오리를 살코기는 잘라내 접시에 담고 남은 뼈와 머리 부분은 다시 한 번 튀겨 향신료에 버무려서 준다. 무심코 집은 뼈가 바싹 튀겨진 오리머리일 수 있으니 심약자는 주의하는 게 좋을 것 같다. 그래도 맛은 기가 막혔고, 현지인들은 유일한 한국말을 하는 우리 테이블을 힐끔힐끔 쳐다봤다. 해외라는 특성 때문에 그 관심마저 즐길 거리로 충분했다.
다음으로 찾아간 곳은 5.4광장이다. 인터넷에 칭다오를 검색하면 어렵지 않게 사진을 찾아볼 수 있다. 이곳은 칭다오가 5.4운동의 도화선이 된 것을 기념하기 위해 우쓰광장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빨간 조형물이 우두커니 서 있는 사진을 접한 당시에는 '굳이 여길 가야만 하나?' 하는 생각을 가졌던 곳인데 기대가 없어서인지 어둠 속에 붉게 빛나는 조명 때문인지 이번 여행 중 좋았던 장소를 손에 꼽으라면 두 번째 손가락쯤 걸리지 않을까 할 정도로 좋았다. 선선한 바닷바람과 함께 주변에는 행복해 보이는 가족들과 연인들이 느린 걸음으로 산책로를 걸어다녔고 그들은 내가 무슨 말을 해도 알아듣지 못 하는 중국인이었다. 마음껏 말하고 웃고 떠들어도 괜찮다는 작은 해방감이 여행을 들뜨게 만들었다.
다음 날은 칭다오 여행의 목적, 칭다오 맥주 박물관을 찾아갔다. 1903년 당시 독일인들이 생산에 사용했던 공장과 설비를 보존해 박물관으로 만들어 전시하고 있는 이곳은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명소 중 하나로 주변에서는 익숙한 우리말이 들려온다. 술을 좋아하는 민족답게 한국인을 가장 많이 만난 곳 또한 이곳이었다.
한국인이 많이 찾는 곳임을 알 수 있었던 점은 박물관 곳곳에 부착된 설명피켓의 번역이었는데, 한국어로 번역된 문장은 아주 매끄러워 구*이나 파*고 같은 번역기의 솜씨가 아닌 것처럼 보였다. 엉터리 한국어를 보며 모호한 웃음을 슬쩍 흘리고 돌아오지 않아도 된다는 것에는 분명 타국에서 느끼는 소소한 뿌듯함이 존재했다.
박물관은 입장료에 따라 체험할 수 있는 것도 다양해 나는 칭다오 현지 맥주병에 사진을 넣어 기념할 수 있는 맥주를 만들어 봤다. 사진을 전송해 주면 그 사진을 맥주 패킹 스티커에 넣어 붙여 주는 형식으로 생각보다 괜찮은 기념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현지 맥주에 비하면 턱없이 비싼 값이기는 했다. 기념 맥주 한 병에 30¥이면 캔맥주 7개 금액과 비슷하니 참고해야 한다.
낯선 곳에서 생경한 설렘을 안겨주었던 가깝고도 먼 나라 중국 칭다오는 공산국가 답게 길거리에 잔뜩 몰린 공안들을 만나게 되고 기묘한 위압감이 존재했지만 중국의 맛과 멋을 느끼고 싶고 깨끗하기까지 해야 한다면 추천 여행지는 단연코 칭다오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