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절 펴는 소리 문 밖으로 날아간다
경첩이 날개 죽지를 펴고 있다
몇 번 날갯짓에 녹이 떨어져 나가면
눈부신 나비들, 반닫이를 척 꿰차고
산 넘고 강 건너
새 집으로 날아갈 것이다
꽃밭은커녕
반 지하 단칸방이지만
지칠 줄 모르는 날갯짓은
앞으로 삼년, 살아내기만 하면
다시 지상으로 올라갈 수 있을 거란 그 믿음 하나
- 원무현의 ‘강철나비’
시집 「강철나비」에 수록 -
*
어느 가난한 집에서 이사를 간다.
이삿짐에 오래된 반닫이 가구가 있다.
반닫이는 앞면을 반으로 나누어 한쪽 면만을 여닫도록 만든 가구이다.
반닫이 문에 달린 경첩이, 강철나비로 붙어 있다.
숨죽이고 있던 나비들이 드디어 기지개를 켜며 날개를 움직이기 시작한다.
시인은 그 나비들이 한꺼번에 날갯짓을 하며 훨훨 날아가는 것을 본다.
무거운 반닫이 강철나비가 한없이 가볍다
비록 새롭게 정착한 곳이 반 지하 단칸방이지만
거기서도 강철나비의 날갯짓은 안으로 계속될 것 같다.
부화를 꿈꾸듯
삼년만 견디면…
날개를 펼쳐 날아오를 거라는 믿음
그 희망 하나로 퍽퍽한 삶을 살아낼 수 있다.
시인의 상상력이 경쾌해서 좋다.
무거울 수도 있는 얘기를
‘한없이 투명한 블루’로 채색하고 있다.
저작권자 © 가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