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정사에서 1년간 조실스님 지도를 받고는 어느 정도 자신감이 생겨 은사스님과 같이 살아 보려고 하안거 결제 하루 전날 송광사를 갔다 은사스님께서 6.25때 이북에서 혈혈단신 남하해서 스무살에 지리산 질불암 아자방에서 효봉 노스님을 보시고 바로 출가하셔서 32살까지 참선수행 하면서 동화사 선원 입승 소임을 보시고 효봉 노스님 지시로 통영 미륵산 용화사 주지 소임을 보시다가 구산 사숙님 후임으로 송광사 조계총림 방장 소임을 보셨다
방장스님은 유나스님에게 지시를 내려서 총림을 운영하셨기에 그때는 내가 송광사에 사는 것이 부담스러웠는지 애써 외면하셨다 빨리 결정을 내려야 했다 송광사에서 택시를 타고 곡성 태안사로 휑하니 달려가니 저녁공양 시간이었다 원주스님께 택시비 8천원을 주게 했다 저녁공양을 하고 선원에 올라가니 누군가 어서 오십쇼 했다 이제 제법 구참티가 나는지 미리 방부를 안 들여 놓아도 결제 임박해서 선원에 가면 방부가 되었다
태안사 선원에서 하안거 한철을 나게 되었는데 청화 큰스님을 가까이서 보니 그윽한 눈빛이라는 게 저런 것이구나를 느낄 수 있었다 지금은 태안사 선원이 법당과 떨어져 새로 지었지만 내가 살 때는 법당과 거리가 가까워 마이크 소리가 꽤 시끄러웠다 밤 9시 취침시간에 누워 잠을 청하는데 법당에서 계속해서 의식을 해서 뭐냐고 물으니 구병시식이라 했다 살며시 일어나 법당 앞으로 가서 문틈으로 구병시식이 뭔고 들여다보았다
청화 큰스님께서 좌선삼매에 들어가 계셨고 의식하는 스님은 의식을 하고 계셨다 그런데 구병시식 당사자가 신이 들렸는지 말 그대로 지랄발광을 하다가 청화 큰스님 그윽한 눈빛에 그만 폭 고꾸라지더니 사람이 얌전해졌다 구병시식이란 것이 저런 것이구나를 알았다 청화 큰스님 법력에 전국에서 구병시식을 하려고 귀신들린 사람이 태안사로 몰려드는 바람에 곡성터미널 택시기사들이 신바람이 났고 곡성 경기가 상당히 좋아졌다고 했다
그러나 시끄러운 건 시끄러운 거였다 할 수 없이 법당 밖으로 나온 스피커 선을 잘라 버리니 조용해져 잠을 잘 수가 있었다 이튿날 청화스님 상좌들은 서로 눈치를 보며 나에게 곁눈질을 슬금슬금 해됐지만 스피크 선 왜 잘랐어요 라고 말은 못했다 거룩한 수좌스님네가 하안거 결제를 하는데 밤9시 넘어서도 법당 행사를 스피커 방송을 한다는 것은 저들도 양심이 있으면 너무했다고 알 것이다 청화 큰스님만 믿고 밀어 붙이다 나에게 딱 걸린 것이었다
이후 밤 9시 이후는 스피커 방송이 법당 밖으로 나오지 않았고 선원도 법당과 떨어져 신축하게 되었다 청화 큰스님 가풍은 선정겸수 염불선이었다 청화 큰스님은 아주 거륵하시고 인자하시고 자비로우셔서 말 그대로 그윽한 눈빛으로 구병시식으로 지구촌을 평정하셨다 아무리 쎈 귀신이 씌였어도 청화 큰스님 그윽한 눈빛 레이저를 쐬면 마지막으로 지랄발광을 하고 떠나 버렸다 큰스님 법력이란 것이 저런 것이구나를 절감했다
염불선이란 것이 간화선과 달라서 아미타불 염불을 하면서 염불하는 것이 무엇인고 들여다보는 것인데 간화선에 길들여진 수좌스님들에게는 전혀 인정을 받지 못했다 청화 큰스님께서 인격이 훌륭하고 고매하시고 40년간 토굴에서 장좌불와 하셨다고 했지만 구참스님들은 토굴중이라 가볍게 여기고 외도라고 하셨다 순수 간화선 입장에서 보면 외도는 틀림없지만 외도로 볼 것 같으면 천하에 외도 아닌 것이 하나도 없다 개구즉착 입만 벙긋해도 십만팔천리로 어긋나는 본래무일물 경지에서 보면 염불선이면 어떻고 간화선이면 어떠랴
성철스님께서 당대에 주름을 잡고 있어 청화스님의 염불선을 외도라고 못박으시니 어중이 떠중이들이 뭣도 모르고 염불선은 외도다 라고 앵무새 노릇을 해대는 것이다 내가 살기 전에 송광사 현장스님이 첫철을 나면서 입승 소임을 보게 되어 첫철이 입승이라니 라며 말이 많이 나왔다 해제가 가까워져 나는 청화 큰스님 방에 성철스님의 선문정로 책을 들고 조용히 찾아가 성철스님이 지적하신 선정겸수는 아니다 라고 말씀하신 구절을 펼쳐 보여 주면서 어떻게 된겁니까 라고 물으니 청화 큰스님께서 철스님은 보조국사도 처버리는데 하시며 싱긋이 웃으시었다
한가지 재밋는 것은 송광사 현장스님은 속가 불가 양쪽 다 불일암 법정스님 조카가 되는지라 두 분의 신뢰관계가 매우 두터웠다 현장스님께서 선원 첫철을 곡성 태안사에서 입승 소임을 보면서 청화 큰스님께 인가를 받으셨는지 염불선 신봉자가 되어 해제하고 불일암 법정스님께 염불선을 말씀드리니 법정스님께서 수련원장 자격으로 송광사 조계총림 임회 회의를 하실 때 송광사도 화두와 염불을 겸해서 해야 한다고 말씀하시니 방장스님께서 느닷없이 법정스님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니가 방장해라 니가 방장해라 하신 것이다
법정스님께서 발언하시기 전에 방장스님과 의논을 하셔야 되는데 의논을 안 하셔서 일어난 헤프닝이었다 송광사는 해인사와 궁합을 맞춘다 산도 조계산은 얌전한 처녀같은데 가야산은 우락부락한 총각같아서 궁합이 잘맞다 나의 은사스님께서는 방장 소임을 보면서 성철스님과 코드를 맞추셨다 깊이 있게 염불선 장단점을 들여다보지 않고 성철스님이 염불선을 외도라고 하니까 따라서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의 여지가 있기도 하다 법정 사숙님과 은사스님과의 불편한 관계는 계속 이어져 결국 법정 사숙님께서 버리고 떠나기라는 책을 내면서 불일암을 떠나 강원도 오두막으로 가버리셨다
간화선 수행법이 최고다 염불선은 화두가 잘 안될때 화두 잘되라고 가는 과정에 필요한 것이라고 보면 된다 지구촌의 모든 명상법은 궁극에는 화두와 연결된다 모든 명상법이 화두가 제대로 잘 안 되니까 화두 잘되라고 화두에 접근하는 중간코스 정도로 생각하면 틀림없다 영불선 위빠사니 샤띠..등등 지구촌의 모든 명상법을 총망라 시켜도 결국에는 화두로 직결된다 화두가 잘 안되니까 이것저것 해보다가 자기한테 맞는 걸로 내 것으로 정하고 자기 것이 최고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다시 한번 강조하거니와 명상법은 명과 상으로 들어가 화두로 귀착되어야 하는데 명과 상에 집착하는 바람에 모든 병폐가 생겨 버린다
화두도 병이다 아주 지독한 병이다 화두라는 병을 앓고 나면 지구촌의 모든 병을 앓고 난 것처럼 모든 병을 다 알아 버린다 청화 큰스님께서 보조스님이 돈오점수 간판을 내걸고 돈오돈수를 펼치신 것처럼 염불선 간판으로 간화선을 펼치셨는데 어리석은 중생들은 말에 떨어져 염불선은 외도다 라고 씨부렁거린다 마른 똥막대기 화두도 중생을 제도하는데 아미타불 염불이 중생을 제도하지 못하겠는가?
마른 통막대기를 하든 아미타불을 하든 일념으로 죽자사자 해야 한다 일념이 지속되어 머리에서 발끝까지 꽉 차게 되면 드디어 콧구멍 없는 소가 되어 특 트이어 무념무상의 세계에서 노늬는 무심도인이 되는 것이다 뭘 하든 최선을 다해서 생사를 걸어야 한다 생사를 걸어야 생사해탈을 할 수 있다 그나저나 나는 청하 큰스님 그윽한 눈빛 레이저를 쏠 수 없을까 고민해본다 그윽한 눈빛 레이저 한방으로 지랄발광하는 귀신을 내쫓을 수 있는 구병시식을 언제쯤 보게 될는지 청화 큰스님이 몹시도 그립다
환갑기념으로 화두와 화엄 이라는 제목으로 책 한 권을 내기로 해놓고 싫컨 자빠져 놀다가 한해가 기울어져 가는 것을 보고 부랴부랴 108편의 글을 지으려 하니 정신적 에너지가 많이 소비된다 염소와 개 고양이와 닭을 벗삼아 산중에서 홀로 살아온 길을 회상하면서 넋두리를 늘어놓자니 SNS 카카오 스토리 하나를 채우기가 힘들다
중으로 살아온 길이 보잘 것 없지만 내 나름대로 중답게 살려고 아무도 모르게 노럭해 왔다 내 죽을 때까지 신도 하나 안 생기더라도 후회하지 않으며 이뭣고 쟁이로 좌탈입망 하고 싶다 이제는 내 힘으로 불교를 살리고 싶다 내 힘으로 108용맹정진과 54용맹정진으로 108빌딩을 지구촌 큰 도시마다 세워서 베푸는 집이라 이름하고 일체중생이 베풀면서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다
여태껏 내가 중노릇 잘못하여 불교가 망해가는 현실이 너무 괴롭다 정신 차리자 이제는 두 번 다시 헛되이 시간을 보낼 수 없다 찰나 찰나 순간순간 연꽃이 피어나게 하여야 한다 이제는 더 이상 중노릇을 잘못할 시간적 여유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