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노조, 조기입학 철회 촉구 기자회견
"국민적 합의 없는 정책…아이들에 피해 갈 것"
여론 수렴도 없이 강행하려는 정부의 '만 5세 초등학교 입학' 학제개편안에 대한 부산지역 학부모들의 반발도 높아지고 있다.
대통령실과 교육부가 뒤늦게 공론화를 거치겠다고 했지만, 시민단체와 학부모들은 "즉각 철회하라"며 반발하고 있고,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은 물론 보수 성향인 교총도 반대하고 나섰다.
부산교육희망네트워크 등 24개 시민·사회단체와 민주노총 등은 4일 오전 부산광역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윤석열 정부는 만 5세 초등학교 입학 졸속정책을 즉각 철회하고, 국민에게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만 5세 입학에 대해 아이들이 놀 수 있는 권리와 행복권을 박탈하고, 교육 불평등을 심화하는 정책"이라며 강력 비판했다. 이는 사교육 경쟁이 치열한 우리나라에서 조기입학 전 선행학습 열기가 더 높아져 교육격차가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시민단체들은 "보통 초등학교 입학 전에 선행 학습을 시키는데 입학 나이가 앞당겨지면 조기교육 시기도 그만큼 앞당겨질 것"이라며 "영유아 시기부터 사교육에 노출되라고 장려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조기 입학의 긍정적 효과에 대한 연구가 미비하고, 국민적 합의가 없는 정책의 피해가 고스란히 아이들과 학부모, 교사들에게 돌아갈까 걱정"이라며 "정부가 아이들을 미래의 산업인력으로 대해선 안 되고, 한 명의 국민으로 행복한 유년기를 보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특히 학제 개편에 따른 맞벌이 부부의 돌봄공백 문제가 가장 큰 우려로 지적되고 있다. 4살 아이 학부모 조영은씨는 "워킹맘인 제 처지에 만 5세 초등학교 입학은 재앙과도 같다"며 "어린이집 보낼 땐 부모의 선택에 따라 저녁까지 돌봄이 보장되지만 초등학교부터는 돌봄교실에 가기 어려워진다"고 토로했다.
조씨는 "이런 이유로 일부 학부모들은 초등학교 입학 2년 전부터 퇴사하거나 아이를 돌봐줄 친정 근처로 이사가기도 한다"며 "과연 정부는 이런 암울한 현실을 알고 있기는 한지 모르겠다"고 따졌다.
초등학교 교사 A씨도 "지금 1학년 아이들도 교실 환경이 변하면 적응하기 어려워하는 경우가 많다"며 "1월생과 12월생 간 아동 발달의 격차가 매우 큰 편인데, 지금 무리하게 조기 입학시키는 정책을 펴는 것은 오히려 학습 격차만 키우는 부작용으로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A씨는 "교육 격차 해소를 위해서라면 조기 초등 입학이 아닌 유치원 교육을 의무화해야 하고, 사립 유치원의 공공성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