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식 국무회의 거쳐, 계엄군 진입 속 국회 190명 해제요구..이재명ㆍ한동훈 '한 목소리'
6시간만에 해제 "탄핵·입법농단 중지 요구".. 야 "내란죄, 즉시 하야", 여 "국방장관 해임"
윤석열 대통령이 3일 심야에 기습 발표한 비상계엄이 2시간여만에 국회가 해제를 요구함에 따라 4일 오전 4시 계엄 해제를 선언했다. 친위쿠데타 시도가 6시간만에 무력화됐다는 관측이다.
비상계엄 선포는 1979년 10월 26일 저녁 발생한 박정희 대통령 시해 사건으로 인한 10.26 비상계엄 이후 45년 만으로, 1987년 6월민주항쟁 이후의 제6공화국 헌법 체제에서 발생해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나라 망신"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심야 전격 비상계엄 선포 "종북 반국가세력 척결".. "시대착오적 망동" 비판 고조
윤 대통령은 3일 오후 10시23분께 갑작스레 긴급 대국민담화를 통해 비상계엄령을 선포했다. 대통령실 대다수 참모들은 물론 대통령실 출입기자단도 모르게 전격적으로 이뤄져 "도대체 누구와 의논했느냐"는 비판이 쏟아졌다. 약식으로 국무회의를 거친 것으로 알려졌지만 "심야 친위 쿠데타가 무기력하게 진압됐다"는 평가이다.
윤 대통령은 담화에서 '야권의 지속되는 정부 각료 탄핵과 단독 입법, 내년도 예산안 단독 감액' 등을 지적하며 "헌정질서를 짓밟고 헌법과 법에 의해 세워진 정당한 국가기관을 교란시키는 것으로, 내란을 획책하는 명백한 반국가행위"라고 주장했다.
계엄법에 따르면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시, 적과 교전 상태에 있거나 사회질서가 극도로 교란되어 행정 및 사법 기능의 수행이 현저히 곤란한 경우'에 비상계엄을 선포할 수 있는데, 현재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는 국회 여건을 왜곡해석했다는 비판이다.
윤 대통령은 "지금 우리 국회는 범죄자 집단의 소굴이 됐고, 입법 독재를 통해 국가의 사법·행정 시스템을 마비시키고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전복을 기도하고 있다"며 "저는 북한 공산세력 위협으로부터 자유 대한민국을 수호하고 우리 국민의 자유와 행복을 약탈하고 있는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세력들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고 밝혔다.
비상계엄 선포 담화에 앞서 윤 대통령은 오후 8시쯤 국무회의를 주재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상계엄의 선포와 해제는 헌법에 따라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 직전 대통령 경호처장을 지낸 핵심측근이자 충암고 1년 선배인 김용현 국방부 장관이 비상계엄 선포를 건의했다는 전언이다. 군사내란 혐의로 처벌이 불가피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일부 계엄군 국회 난입… 국회 190명 만장일치 계엄해제 결의, 한동훈 대표 등 여당 18명 동참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뒤 국회 우원식 의장은 본회의 소집을 알리고 발빠르게 대처했다. 반면 계엄사령관으로 임명된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은 '계엄사령부 포고령(제1호)'을 통해 "일체의 정치활동을 금지한다"고 경고했지만 국회는 출입통제를 뚫고 본회의를 열어 즉각적으로 해제를 결의했다. 국민들의 높아진 수준에 맞추려는 의원들의 즉각대응이 돋보이는 순간이었다.
비상계엄이 선포되면 계엄사령관이 계엄지역의 모든 행정사무와 사법업무를 관장할 수 있다. 또 필요시 체포·구금·압수·수색, 거주·이전, 언론·출판·집회·결사 또는 단체행동에 대해 '특별 조치'를 취할 수 있다. 계엄군은 4일 오전 0시께 국회 본청 진입을 시도했다. 국회 사무처 직원과 야당 보좌진 등이 집기를 쌓고 소화기를 뿌리는 등 저지하면서 물리적 충돌도 있었다.
특히 계엄군이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실과 당대표실 외부 유리창을 깨고 진입하자 야당 당직자들이 강력 저항했다. 일각에서는 계엄군이 우원식 의장과 이재명 대표는 물론 한동훈 대표까지 체포, 구금하려 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우 의장은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직후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국회는 헌법적 절차에 따라 대응 조치하겠다"며 "모든 국회의원을 본회의장으로 모이라"고 요청했다.
계엄군은 0시 45분께 국회 로텐더홀에 진입했으나 본회의장 안까지 들어가지는 못했다. 같은 시각 우 의장은 본회의장에서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을 상정하기 위해 본회의 개의를 선언하고 결의안이 준비되기를 기다렸다. 모든 상황을 국민들이 방송으로 지켜보았고, 상당수가 국회 앞으로 나가 계엄군에 항의했다.
'비상계엄 해제요구 결의안'은 오전 1시 2분 재석 190인 모두의 찬성으로 통과됐다.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 약 2시간 30여분 만이었다. 구시대적이고 반헌법적인 비상계엄이 무력화되는 순간이었다. 표결에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등 153명,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 등 12명 전원, 진보당 2명, 사회민주당·기본소득당·개혁신당 각 1명, 무소속 2명과 함께 여당인 국민의힘도 한동훈 대표를 비롯한 18명이 참여했다.
이는 윤 대통령을 탄핵시킬 경우 야권의 192석에 더해져야 하는 국민의힘 한동훈계 의원들 18명이 동참한 것으로 정치적 의미가 크다는 분석이다.
표결 전 이재명 대표는 "국민 여러분 신속하게 국회로 와달라. 민주주의의 마지막 보루 국회를 지켜달라"고 호소했다. 혁신당, 개혁신당, 진보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도 당대표 입장문을 통해 비상계엄 즉시 철회를 촉구했다.
한동훈 대표도 비상계엄 선포 15분 만에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반헌법적으로 잘못된 것이다. 국민과 함께 막겠다"고 선언해 관심을 모았으며, 당사가 아니라 국회 본회의장으로 향해 물줄기를 돌리는데 일조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결의안이 통과된 뒤 여야는 한목소리로 즉각 계엄 해제를 촉구했다. 대다수 의원들이 본회의장에 입장하지 못한 국민의힘도 조속한 계엄 해제를 당론으로 채택했다고 밝혔다. 법적 근거가 사라짐을 확인하자 계엄군도 국회 청사 밖으로 나가달라는 우 의장의 당부를 받아들였다.
6시간 만에 물거품된 친위쿠데타... 하야 요구ㆍ탄핵 등 후폭풍 불가피
국회 결의에 따라 망설이던 윤 대통령은 오전 4시쯤 비상계엄 해제 요구를 수용한다고 밝혔다. 헌법과 계엄법에 따라 국회가 해제를 요구하면 대통령은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지체 없이 계엄을 해제하고 이를 공고해야 한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오전 4시를 넘기도록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아 긴장감이 유지됐다. 야권은 계엄 유지 우려에 따라 본회의장에 대기했다.
결국 윤 대통령은 오전 4시 26분께 추가 담화를 통해 계엄 해제를 선언했다. 전날 계엄 선포와 같은 방식으로, 사전 공지 없이 카메라 앞에서 입장문을 읽었다.
그는 "국회의 계엄해제 요구가 있어 계엄사무에 투입된 군을 철수시켰다. 바로 국무회의를 통해 국회의 요구를 수용해 계엄을 해제할 것"이라고 밝혔다. 군은 4시 22분부로 계엄사무에 투입된 병력을 부대로 복귀시켰다. 정부는 윤 대통령 주재 국무회의를 거쳐 4시 30분부로 비상계엄을 해제했다.
"거듭되는 탄핵과 입법 농단, 예산 농단으로 국가의 기능을 마비시키는 무도한 행위는 즉각 중지해 줄 것을 국회에 요청한다"고 덧붙이는 등 윤 대통령의 인식은 변화가 없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정티적 타협보다는 사퇴 요구와 탄핵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해지고 있다. 정면대결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내란죄를 피할 수 없다. 더 이상 정상적인 국정운영을 할 수 없음이 온 국민 앞에 명백히 드러났다"며 "즉시 하야하라"고 촉구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대통령이 이 참담한 상황에 대해 직접 소상히 설명해야 한다"며 "계엄을 건의한 국방부 장관을 즉각 해임하는 등 책임있는 모든 관계자들에게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