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 편지] 형설지공
[발행인 편지] 형설지공
  • 양삼운 발행인
  • 승인 2024.12.03 03: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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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란수도 부산의 백년지대계

겨울이 왔습니다. 온 세상이 하얗게 변하는 날도 있었고, 꽤 싸늘한 기운을 느끼게도 합니다. 계신 곳에도 가을은 멀리 떠나 갔겠지요...

양삼운 발행인(가야일보 자료사진)

공기가 차가워지면 하늘은 비교적 푸르게 보이네요. 차가운 기압골이 극지방을 떠나오면 가까운 곳부터 얼리기 시작한다지요. 기후변화를 넘어 기후위기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지난 세기들과는 비교하기 어려운 속도로 우리들 삶의 터를 흔들고 있다는 진단입니다.

자연보호로 출발한 우리의 구호들이 이제는 생존을 위협받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고들 하지요. '내 생애는 무관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는 무너진지 오래고, 당장 삼한사온은 커녕 기습폭우가 아니라 집중호우와 폭설이 빈번해지고, 기상청의 수준높은 설비와 예측을 넘어서는 일이 비일비재해지는 시절입니다.

올해도 12월이 시작되었네요. 늘 그렇지만 다사다난했던 한 해를 보내는 마음들을 나누고, 새해에는 뭔가 좋은 일들이 많기를 기원하는 만남들이 늘어나지요. 때로는 잘 아는 분들의 안타까운 소식에 마음 아파하기도 하고, 친구와의 반가운 마음에 안하던 일들을 해보기도 하지요. 아무튼 즐거움과 반가운 일들이 많으시기를 기원드립니다.

정말로 다이나믹한 나라이지요. 세계 5위권이라는데도 여전히 깜짝 놀랄 일들이 수시로 알려지고, 늘 새로운 소식에 중요한 일들이 밀려나곤 합니다. 때로는 일부러 그렇게 만들기도 한다지요.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는 곳에 가장 중요한 일은 무엇일까요? 서로의 믿음을 쌓아가는 일은 작은 약속을 지키는 것에서부터 시작할 수 있을 것입니다. 어린이들의 약속부터 어른들의 신뢰를 쌓아가는 것이 오늘의 안정은 물론 내일의 예측성을 높이는 일이 될 것입니다. 우리는 스스로 말한 약속들을 잘 기억하고 지키고 계신지요?

부끄러움을 아는 것이 인격과 소양의 기본 중 하나일 것입니다. 부족함을 알고 나서는 것은 미덕일 것입니다. 그래도 역할상 불가피하게 악역을 맡아야 할 때도 있습니다. 그래도 신뢰하고 기대하다보면 보다 나은 모습으로 성장하곤 할 것입니다. 사서삼경은 아니더라도 예의범절은 아는 이들일 테니까요...

스스로의 말을 기억하지 못할 수는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고, 기록하지 않으면 돼새기기도 어려울 것입니다. 그래서 주기억장치가 한계가 있을 수 있으니 보조기억장치를 쓰라고들 하지요. 중학 기술시간에 들은 듯 합니다. 좋은 생각이 들 때마다 쓰는 습관이 좋다고들 하시지요. 아무튼 어떤 일을 만날지 모르니 잘 기억하고, 기록해 둘 필요가 있겠습니다.

조상이 돌본다는 말씀도 있지요. 삼대가 간다는 말도 있고요. 보통 30년을 주기로 말씀들 하시지요. 90년을 가고, 수백년 전 일들로 후손들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말입니다. 삼가하고 조심해야 함을 일깨우는 말씀들이겠지요.

최근에 각종 선거법 관련 일들이 회자되곤 합니다. 다양한 일들이 사람들의 관심을 끌지요. 보궐선거를 치르기도 했고, 당선무효형을 받아 내년 4월을 준비하는 곳도 있습니다. 다들 치열하게 살아가지만 새는 곳들이 있을 수 있지요. 매사에 조심하고 잘 둘러봐야 할 일입니다.

다만 추상같은 법관들께서 정의롭게 하시겠지만 혹시 모를 억울한 일을 예방하기 위해 우리 나라는 삼십제를 채택했습니다. 3단계 법원의 심판을 거치도록 한 것이지요. 때로는 일시적인 사유로 영향을 받을 수도 있겠지만 대한민국에서 그래도 가장 신뢰받는 분야 중 한 곳이 법원일 것입니다. 상대적이겠지만요. 물론 억울한 분들도 계실 것입니다. 여러가지 한계로 실체적 진실에 접근하지 못하거나 안 할 경우, 일부라도 드러난 사실에 근거해 수용가능한 시기에 판단을 해야 할 수밖에 없을 때도 있을테니까요.

새로움을 향해 활짝 핀 화분(사진=양삼운 기자)

다만 아쉬운 점들도 있습니다. 공직자들의 재량 안의 영역일지라도 때로는 가혹한, 편파적인 부분이 내비칠 때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의아함을 넘어 분노를 느낄 수 있습니다. 우리 사회는 부당함을 용인하지 않는 전통이 있습니다. 여러차례 정변에도 굳건하게 민주주의 전통을 세워온 것은 그만큼 많은 분들이 거리로 나서더라도 정의로운 나라를 원하는 마음을 모아왔기 때문일 것입니다. 지금 우리 나라는 과연 정의로운지요?

현대사의 영욕을 함께해온 부산은 피란수도로서 대한민국의 생명을 보존한 곳입니다.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겠지만 주로 지키는 곳이었지요. 고치는쪽 보다는 지키는 곳에 가깝다고 할 수 있겠지요. 유엔평화공원과 함께 영원히 지켜야 할 곳이 임진왜란의 장군들은 물론 항일학생의거의 전통일 것입니다. 역사를 함께 해온 부산에서 굳건하게 지켜야 할 것은 바람직한 전통과 올바른 정신일 것입니다. 비록 상당한 실수가 있었을 지라도 과반수가 선택한 것이라면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변화를 바라는 마음들이 모여 선택한 하윤수 교육감이 대법원 선고를 앞두고 있어, 교육계는 물론 정치권을 비롯한 지역사회가 술렁이고 있다고들 합니다. 이래야 할 일인지요? 아이들의 아침을 바꾸기 위해 운동을 함께 하며 하루를 힘차게 출발하자는 것에서부터, 성적향상과 인성교육을 조화롭게 학교교육에 담아내는 것은 물론, 다양한 사회 각 분야와의 교육협력을 이끌어내기 위해 불철주야 달리는 하 교육감이 과연 직위를 잃고 막대한 선거비용 보전액을 되갚아야 할 정도로 가혹한 일을 저질렀는지요?

2대에 걸친 독립운동가 후손으로서, 대학에서 제자들을 가르쳐온 교수로서, 한국교총 회장을 연임하며 교육계와 사회의 바른 길을 향해 노력해온 일생이 선거과정의 몇가지 일들로 인해 무참하게 도륙당해야 할 일들인지 여쭙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경제를 떠받치는 수출입 항구로, 동북아시아 해양특별시를 지향하는 동남권의 버팀목인 부산광역시의 교육 수장을 이렇게 흔들어도 되는지 여쭙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불안해 하지 않도록, 학부모들이 염려하시지 않도록 적정한 선을 지킬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흔들어도 되는 곳도 있겠지만, 교육계는 더욱 신중하면 좋겠습니다. 한번 더 깊이 살펴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기를 기대합니다. 교육은 백년지대계이니까요...

사람이 하는 일이니 때로는 과할 수도 있고, 놓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는 것도 감안할 수 있겠지요. 하지만 여러 곳에서 비슷한 지적이 나온다면 받아들이는 것도 미덕일 것입니다. 자수성가의 한계가 있다고들 하시지요. '내 힘으로 성공했으니 다른 말씀들 마시라'는 자만심이 지나치다 보면 유아독존이 될 수 있겠지요. 혼자서는 살아가기 어려운 시대 아닌가요?

돌아보시기를 기대합니다. 둘러보시기를 당부드립니다. 세상을 향한 따스한 시선과 열린 마음을 회복하시고, 두루 넓게 새로운 말씀들을 들으시기를 요청드립니다. 더 늦기 전에 자세를 바로하시고 옥석을 가리시기를 요구합니다. 힘드시더라도 참으시고, 맑은 정신으로 사명을 다하시기를 촉구합니다. 그 분들께도, 공직자들께도, 지도층에게도, 언론인들께도 공히 바른 길을 행하시기를 기원드립니다.

대설을 향해 가는 북극성과 남십자성의 밝은 빛을 가슴에 새기며 오늘도 스치는 차가운 바람을 친구삼아 허위적거리는 발걸음을 옮겨봅니다. 계신 곳의 온기가 가까이 있음을 믿으며 다가서려 애써봅니다. 날으는 빛들을 모아 글을 읽었다는 선현들의 가르침을 되새기며 혼정신성의 자세로 문후를 여쭙습니다. 오늘도 안녕하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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