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아내가 차려준 밥을 먹고 출근하는 일은 행복합니다. 음식쓰레기를 버리고 남편 차가 나갈 때까지 손을 흔들어주는 아내는 가을 햇살에 눈부십니다. 팔불출이죠.
지난 봄 아내는 간 기증을 받아 회복 중입니다. 8년여간 투병해오다 한계에 이르러 1월에 양산부산대병원에 입원했습니다. 70여일의 투병 끝에 수술을 받았습니다.
두달여 치료를 받고 퇴원해 지금은 거의 매주 통원 치료를 받습니다. 검사와 투약이 대부분이죠. 앉고 일어서기가 불편하지만 그런대로 집안 일도 챙겨나가는 것이 너무나 고맙습니다.
오래전부터 수술 필요성이 제기된 직후 기증 적합성 검사를 받았지만 조건이 맞지 않았던 저를 대신한 기증자는 딸이었습니다. 21살인 외동딸은 "아파서 누워 있어도 엄마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말로 저의 선택지를 없앴습니다. 딸의 보호자로서 기증 동의서에 서명하던 날은 서글펐습니다.
마감 1시간 전까지 고민하다가 동의했습니다. 저도 아내에게 더 해주고 싶은게 많았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겨울에서 시작해 끝이 보이지 않던 병원생활은 132일을 입원하고 초여름 날씨에 두꺼운 옷들과 함께 집으로 향했습니다.
개인사를 적는 것이 불편하실 수도 있겠지만, 오늘 오거돈 부산광역시장의 기자회견 취재를 마치고 나오며 시청 1층 대회의실에서 만난 한국장기기증학회와 한국장기기증협회의 "2018년 장기기증 활성화 심포지엄"을 지나오면서 느꼈던 환자들과 가족들의 애타는 심정을 흘려보낼 수 없기 때문입니다.
오늘도 수많은 환자와 가족들이 얼마나 간절하게 장기 기증자를 기다릴까요...
오늘 행사는 박기홍 MBC아나운서실장의 사회, 고신대 총장인 안민 한국장기기증협회 이사장 권한대행의 인사말씀, 박상준 부산광역시 정무특별보좌관과 김석준 부산광역시 교육감의 축사에 이어 사례 2건이 발표됐습니다. 고신대 삼손중창단의 축가와 휴식시간에 이어, 한국장기기증협회장인 강치영 박사의 '장기기증에 관한 인식과 활성화의 가버넌스' 주제발표가 있었습니다.
김순은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가 좌장을 맡아 '장기기증 활성화에 대한 방안(제도&장기기증)'에 대해 강치영 박사가 발표하고, 이호섭 고신대학교복음병원 혈액종양내과 이호섭 교수, 장세탁 교수(요즈마그룹 아시아기술사업센터장), 김규완 CBS기독교 부산방송본부장이 토론에 참여했습니다.
안민 총장은 "메마른 사회를 적시는 감동의 메세지는 우리 사회의 큰 울림으로 남아 있습니다"라고 인사했고, 박상준 특보는 "소중한 생명을 나눔으로써 더욱 크고 빛나는 가치를 재발견하길 바란다"고 당부했으며, 김석준 교육감은 "소중한 생명을 살리는 장기기증이 활성화되기를 바란다"고 역설했습니다.
이번 심포지엄도 장기기증에 대한 인식을 변화시키고, 참여를 늘릴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소망해봅니다. 관련된 분들의 성함을 거명한 것은 이제까지의 수고에 대한 고마움을 전하며, 앞으로도 전문가들의 헌신적인 열정을 기대하기 때문입니다.
새학기를 맞아 인천대학교로 돌아간 딸은 거의 완전하게 회복한 것으로 보입니다. 젊음은 역시 대단합니다. 아내를 간호하느라 처음으로 딸의 짐을 싣고 기숙사에 함께 다녀왔습니다. 주위의 수많은 분들의 격려와 성원으로 어렵게나마 새로 태어난 우리 가족은 모처럼 평안한 여행을 할 수 있었습니다.
큰 은혜를 베풀어주신 국민건강보험공단과 양산부산대학교병원에도 감사드립니다. 이제 가야일보와 양산일보를 통해 사회와 국가로부터 받은 은혜에 조금이나마 보답하며 열심히 살겠습니다. 거듭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