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일 세계 노동절 대회 장소 15곳, 오후 2시 52분 희생자 추모 묵념 예정
[가야일보 거제지사=김형준 기자] "삼성중공업은 ‘가장 안전한 조선소’ 헛소리 말고, 크레인 참사 피해 노동자에게 진심으로 사과하라"
전국금속노동조합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는 27일 삼성중공업 크레인 참사 4주기를 맞아 추모와 투쟁주간을 선포하고, 분향소 설치와 추모 문화제 개최 계획을 발표했다.
노조는 이날 "가장 생명력 넘치는 계절의 첫날, 전 세계 노동자의 투쟁과 축제의 날인 5월 1일이 우리에게는 삼성중공업 크레인 참사로 죽어간 노동자와 지금도 고통받고 있는 노동자를 아프게 추모하고 기억하는 날"이라며 "2017년 5월 1일 삼성중공업 크레인 참사가 일어난 지 4년이 되었다"고 추모했다.
"4년 동안 노동자들은 여전히 죽음으로 내몰렸고 내몰리고 있다"고 진단한 노조는 "‘김용균법’이라는 이름으로 산업안전보건법이 전면 개정되었지만 누더기법이 되었다"며 "‘중대재해처벌법’ 역시 이름에서 ‘기업’이 빠진 것에서 알 수 있듯이 노동자를 제대로 보호하지 못하는 법이 되었다. 그것마저 시행되기도 전에 기업의 입맛에 맞게 뜯어고쳐질 위기에 처해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노동현장에서 사고로 목숨을 잃은 노동자의 수는 오히려 늘어나 1년에 900명에 육박하고 있다. 질병으로 목숨을 잃은 노동자를 포함하면 여전히 하루 6명의 노동자가 출근했다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현실이라는 통계이다. 노조는 "코로나19 대유행 속에서 물류창고 노동자가 택배 노동자가 쓰려져 목숨을 잃고 있다"며 "‘노동자의 권리’가 보장되지 않는 곳에서 ‘노동자의 죽음’이 잇따르고 있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삼성중공업도 마찬가지라는 지적이다. 노조는 "4년간 삼성중공업 현장의 안전도 나아지지 않았다. 그런데 삼성중공업은 지난 23일 영국의 해상보험기관(JHC)으로부터 최고등급인 A등급을 획득해 ‘가장 안전한 조선소’가 되었다며 대대적으로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자랑했다"고 비판했다.
노조는 "삼성중공업 크레인 참사 4주기를 불과 일주일 앞두고 삼성중공업의 이런 뻔뻔한 자랑질을 언론을 통해서 보고 들은 크레인 참사 유가족과 피해 노동자의 심정은 어땠을까요"라며 "외국 보험회사로부터 서류심사로 A등급을 받아 보험료를 절감할 수 있게 된 것이 크레인 참사 4주기를 목전에 두고 대대적으로 자랑할 일인가"라고 반문했다.
"아무리 돈과 이윤만을 쫓는 기업이라지만, 인간에 대한 예의를 갖추어야 한다"고 질타한 노조는 "해마다 5월 1일을 앞두고 더욱 슬프고 고통스러워할 크레인 참사 유가족과 피해 노동자들을 생각했다면 이 같은 후안무치한 언론플레이는 스스로 삼가야 했다"며 "그보다 5월 1일을 앞두고 피해 노동자와 가족에서 진심어린 사과의 말을 해야 했다. ‘조선업 중대재해 국민참여 조사위’가 권고한 ‘다단계 하청고용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그동안 일말의 노력이라도 해야 했다"고 촉구했다.
노조는 "삼성중공업 크레인 참사 4주기를 맞아 우리는 추모와 투쟁주간을 정했다"며 "잊지 않고, 기억하고, 투쟁하기 위한 시간을 마련했다"며 동참을 요청했다.
우선 28일(수) 오전 10시부터 5월 1일(토) 오전 11시까지 삼성중공업 정문 앞에 추모 분향소를 설치, 운영한다. 분향소 운영과 함께 4박 5일 텐트농성도 진행한다.
28일부터 30일(금)까지 3일간 오후 5시~6시 30분 퇴근길에 삼성중공업 정문 앞에서 퇴근하는 노동자들에게 크레인 참사 4주기를 알리고 "안전한 노동현장을 함께 만들어 가자"고 호소하는 퇴근 선전을 민주노총 거제지역지부 주관으로 진행한다.
30일(금) 오후 6시 30분에는 삼성중공업 정문 앞에서 민주노총 거제지역지부 조합원들이 참여하는 크레인 참사 4주기 추모 문화제를 개최한다.
5월 1일(토) 오전 11시 분향소를 정리하고, 오후 2시 창원에서 개최하는 제113주년 세계 노동절 대회에 참석한다. 대회 진행 중 삼성중공업 크레인 참사가 발생한 오후 2시 52분이 되면 대회에 참석한 노동자 모두가 함께 추모 묵념에 동참한다.
특히 창원뿐 아니라 전국 15개 지역에서 개최하는 지역별 세계노동절 대회에서도 오후 2시 52분에 맞춰 묵념을 하며 "삼성중공업의 크레인 참사 4주기를 맞아 희생자를 추모하고, 진상규명과 사과를 촉구"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