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람회 유치' 윤석열 대통령 특사 순방중 사고 당혹
박형준 시장, 사고수습ㆍ감사 '시정혁신 리더십' 주목
[편집자 주] '와그라요'는 가야일보 취재 후기를 기록하는 기자수첩입니다. 생생한 현장을 만나 보시기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대심도 토사 붕괴 사고를 처리하는 부산시 행정이 늑장 보고와 대처는 물론 제한적인 공개 과정 등 석연치 않은 점이 많다는 지적 속에 축소ㆍ은폐 의혹까지 더해지면서 심각한 문제로 부상하고 있다.
더구나 2030세계박람회 유치를 위한 국제박람회기구의 현지실사가 한달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시민 안전보다 사고 축소를 시도하는 듯한 안일하고 부적절한 대응으로 '미숙한 도시'라는 인상을 주고 있다는 짙타도 이어지고 있다.
더구나 박형준 시장이 윤석열 대통령 특사로 아프리카를 순방 중인 상황에서 사고 3일 만에야 보고가 이뤄지는 등 "전혀 세계적이지 않은 행정과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 지하에서 벌어지는 동안 시민들은 3일동안 깜깜이로 지내도록 사실상 방치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특히 사고 발생 3일이 지난 오후 늦은 시간에 지하철 서행을 결정하고 나서야, 그것도 3.1절을 앞둔 28일 오후 6시에 언론 브리핑을 한 것도 모자라, 공식 기자회견이 아니라 상당수 기자들이 퇴근한 기자실에 알리는 것은 '알렸다'는 시늉만 낸 것"이라는 비판도 높은 실정이다.
이런 일은 상당 기간 예상돼 왔다는 분석도 있다. 부산시의 행정이 최근에도 일부 측근 중심으로 이뤄진다는 불만이 나온지 오래이며, 공보 행정도 전근대적이라는 지적을 계속 받아 왔지만,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높다.
'국제적이고 지성적인' 시장 취임으로 상당한 개선을 기대한 시기도 그냥 흘러가고, 이제는 거의 체념한 상황에서 이번 일이 실상을 드러낸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진통 끝에 부임한 안병윤 행정부시장은 공로연수 3개월여를 앞두고 있고, '임기 6개월로는 겉돌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우려 속에 업무를 시작해 관심을 모았지만 역시 시장 부재 상황에서 벌어진 중대 사고에 대해 보고도 제때 받지 못할 정도로 조직 장악에 어려움을 겪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안 부시장은 지난 3일 시청 기자회견장에서 개최한 긴급 기자회견에서 “2월 25일 토요일 새벽에 발생한 만덕~센텀 대심도 터널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토사 유출 사고를 시민들에게 3일 가량 공개하지 않고 늑장 보고한 것에 대해 시민 여러분에게 사과드린다”며 “늑장 보고에 대한 부산시 자체 감사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지난달 25일 0시 40분경 북구 만덕~해운대 센텀 고속화도로 터널 건설 현장에서 토사 붕괴 사고가 발생한 곳은 3호선 전철이 지나가는 선로 30여m 아래이고, 아파트와 학교와 200m 가량 인접한 곳이다. 동래구 미남교차로 부근은 만덕터널을 통해 동부산 등으로 오가는 요충지로, 학생들을 비롯한 시민과 국민들이 오가는 간선도로 지하이다.
"장비와 인명 피해가 없어 재난으로 보지 않았다"는 관계자의 해명도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천만다행으로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상황을 모르는 시민들이 3일 동안 살얼음판 위에 방치된 것이나 다름없었다"는 비판이 뼈아플 수밖에 없어 보인다.
사고 초기에 대응 상황을 점검하는 감사는 물론이고, 적절한 보고와 상황 파악에 부실하고 미진한 대응이 없었는지, 늑장 보고로 책임을 회피하려 하거나, 사고를 축소 또는 은폐하려는 시도는 없었는지를 철저하게 조사해야 하고, 이후 대응방안을 어떻게 마련하고, 집행을 담보할 것인지 이번 기회에 명확한 업무체계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문이다.
특히 사고 사실을 즉시 보고하고 대책을 세울 수 있는 시간을 허비하게 만든 원인이 무엇인지 꼼꼼히 살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시설직과 행정직의 보이지 않는 벽이 작용한 것은 아닌지, 실무자들과 간부들의 의사소통에 문제는 없었는지, 지하철 서행을 위한 교통공사 통보를 비롯한 관련 기관들과의 업무협조가 원활하게 작동하고 있는지, 대변인실을 비롯한 공보 시스템은 적절한지... 첩첩산중이라는 지적이다.
"화급을 다투는 때에 한가로운 대처는 도저히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과 "안전을 최우선에 두었다면 최소한 사고 당일부터 지하철 서행 등의 조치를 취했어야 하고 모든 언론을 대상으로 시민들에게 공개 했어야 한다"는 질책을 달게 받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2030세계박람회 부산 유치를 위해 지난달 22일부터 3일까지 7박 10일간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아프리카 순방을 마치고 돌아온 박 시장이 직위해제와 징계 등 고강도 조치와 함께, 사고 대응과 공보 시스템 등 시정 전반에 대한 점검에 들어가는 '혁신적인 리더십'을 보일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