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정치자금 건넨 혐의 송도근 전 시장, 이정훈 전 도의원, 전 보좌관 기소
[가야일보=양삼운ㆍ경남서부 강덕제 기자] 하영제 국회의원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되자, 국민의힘을 탈당했다. 이와 함께 불법 정치자금을 건넨 송도근 전 사천시장과 이정훈(하동군) 전 도의원, 전 보좌관도 기소돼 서부경남 정치권과 지역사회가 술렁이고 있다.
25일 정치권과 법조계, 지역사회 관계자 등 가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하영제(사천시남해군하동군) 국회의원이 24일 탈당 의사를 발표하고, 국민의힘을 탈당했다.
이에 앞서 창원지방검찰청은 23일 하 의원을 비롯해 남해연락사무소 사무국장이던 4급 보좌관, 이 전 경남도의원, 송 전 사천시장 등 4명을 정치자금법과 부정청탁금지법법 등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하영제(69) 의원은 탈당 입장문에서 “존경하는 사천, 남해, 하동 주민 여러분! 저는 오늘 당에 작은 부담이라도 끼치지 않기 위해 국민의힘을 탈당한다”며 “앞으로 진행될 사법절차에 성실하게 임하겠다. 그리고 오해의 소지가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재판과정을 통해 충분히 밝히겠다”고 다짐했다.
하 의원은 “여러분의 하해와 같은 은혜에 제대로 보답해 드리지 못하고 불미스러운 모습을 보여드리게 되어 매우 송구스럽다. 깊이 사죄드린다”며 “사천 우주항공청 설치, 남해-여수간 해저터널 조기 착공, 하동 세계차 엑스포 후속 조치 등 지역구 핵심 프로젝트 완성의 기쁨을 여러분과 함께 누리는 것을 늘 꿈꾸어왔던 만큼 더욱 면목이 없다”고 자세를 낮췄다.
이어 “간절히 염원해 왔던 지역 숙원사업이 혹여 저로 인해 차질이 빚어지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며 “다시 한번 사천, 남해, 하동 주민 여러분과 저를 아껴주시고 지지해주고 계시는 모든 분께 진심으로 사죄드린다”고 거듭 사과했다.
창원지검 형사4부(부장검사 엄재상)는 정치자금법 위반,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하 의원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하 의원은 총선 후보 시기와 국회의원 재임 시절 송 전 시장과 이 전 도의원, 보좌관 등으로부터 억대 불법 정치자금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이날 송도근(75) 전 시장, 이정훈(52) 전 도의원, 전 보좌관 A(70)씨도 함께 기소됐다.
하 의원의 하동군 선대본부장을 지낸 이 전 도의원은 2020년 3월과 4월 사이 선거비용 명목으로 2000만원씩 2회에 걸쳐 4000만원을 하 의원에게 전달한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를 받고 있고, 송 전 시장은 2020년 6월부터 2021년 8월까지 하 의원의 국회의원 사천 사무소 운영경비 명목으로 월 200만원씩 15회에 걸쳐 3000만원을 전달한 혐의(정치자금법 및 청탁금지법 위반)를 받고 있다.
A씨(4급 보좌관)는 2021년 3월부터 2021년 9월까지 보좌관 급여 매월 현금 250만원씩 8회에 걸쳐 2000만원을 하 의원에게 전달하고, 지난해 3월, 4월, 6월에도 현금 250만원씩 750만원을 전달한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를 받고 있다.
이 외에 하 의원은 국민의힘 경남도의원 선거 예비후보자의 공천을 돕는 대가로 예비후보자의 친인척에게서 7000만원을 받았으며, 회계책임자를 두지 않고 정치 자금을 관리한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도 받고 있다.
앞서 검찰은 수차례 압수수색을 거쳐 지난 3월 20일 하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 과정에서 송 전 시장의 사조직으로 알려진 사천발전연구원과 관계자 등도 압수수색했다. 송 전 시장은 시장 재임시절 국민의힘 사천남해하동 수석 부위원장을 지내며 같은 건물 3, 4층에 각각 입주한 사천발전연구원을 운영했다. 사천발전연구원은 정치 조직에 가깝다는 의혹을 받아 왔다.
검찰은 "송 전 시장이 매월 200만원씩 하 의원의 사무실 운영경비로 정치자금을 건넸다"고 공소사실에 적시했으나, 하 의원 측은 "실제 받은 돈은 월 250만원씩이었고, 이 가운데 50만원은 사천발전연구원 운영경비였다"고 주장했다.
하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서는 지난 3월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재석의원 281명 가운데 찬성 160명, 반대 99명, 기권 22명으로 가결됐으나, 창원지방법원 신동호 영장전담판사는 지난달 3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 결과 "죄질은 매우 중하다"면서도 "피의자가 대부분의 범행을 자백하고 있고, 검사가 혐의 입증에 필요한 증거를 상당 부분 수집·확보한 것으로 보이는 등 증거인멸과 도주 우려가 없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하 의원은 지난달 17일 사천시청 브리핑룸에서 공개 사과 기자회견을 열었으며, 검찰은 지난 8일 관련자 사무실 등 2곳을 압수수색한 뒤 4명을 불구속 기소하며 수사를 마무리했다.
창원지검은 이번 기소에 대해 "하 의원은 국회의원 또는 후보자 신분으로 거액의 불법 정치자금을 다수로부터 받았다"며 "죄에 상응하는 처벌을 받도록 철저하게 공소를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하 의원 측은 "검찰이 구속 기소를 위해 전방위 압수수색을 했지만 불구속 기소로 정리됐다. 대부분의 혐의를 인정했으나, 사실관계에 다른 점이 있다"며 "송 전 시장과 사천발전연구원, 사천당원협의회 운영 관련 문제 등은 재판 과정에서 진실이 드러날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에 앞서 하 의원은 지난해 대통령 선거를 사흘 앞두고 지역구 3곳에서 당원집회를 열어 공직선거법을 위반한 혐의에 대해 지난 2월 1심 재판에서 벌금 80만원을 선고받기도 했다.
차기 국회의원 총선거가 11개월 앞으로 다가와 하 의원은 임기를 마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다만 국민의힘을 탈당해 사고 당협이 되면서 차기 총선 출마를 원하는 지망생들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