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BNK부산은행, 시중 KB국민은행, 국책 IBK기업은행 3파전 치열
부산시 1금고 지정에 대해 부산경실련은 "평가항목별 배점 기준부터 공정해야 하며, 주기적으로 되풀이되는 시금고 지정에 따른 불필요한 경쟁은 지양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부산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공동대표 김도·조용언·최병학ㆍ혜성)은 26일 오전 시의회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지역경제를 위한 지방은행의 실적을 고려한 평가가 이뤄져야 하며, 시금고 지정에 있어 지역경제발전을 위한 방안들이 적극 모색되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지난 14일 부산시 제1금고 운영기관 제안서 접수 결과 지역은행인 BNK부산은행, 시중은행인 KB국민은행, 국책은행인 IBK기업은행 등 3곳이 신청해 그 어느 때보다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부산시 제1금고 유치를 위해 금융기관이 경쟁하는 것은 2000년 부산은행과 옛 한빛은행이 맞붙은 이후 24년 만이다.
부산경실련은 "시 제1금고 지정을 받기 위한 지방은행과 시중은행 간 경쟁은 공정해야 한다"며 "하지만 시 금고 지정을 위한 평가항목별 배점 기준 등을 보면 은행 간 경쟁이 과연 공정하게 진행될 수 있을지 심히 우려스럽다"고 비판했다.
부산시 금고 지정 신청 공고(제2024-2199호)에 제시된 ‘평가항목별 배점 기준’을 보면 금융기관의 신용도 및 재무구조의 안정성 25점, 부산시 예금 및 대출금금리 20점, 시민 이용 편의성 18점, 금고업무 관리 능력 23점, 지역사회 기여 및 시와의 협력사업 7점, 지역재투자 실적 7점이다.
경실련은 "평가항목별 배점에서 다음과 같은 점들이 고려될 필요가 있다"며 "첫째 “금융기관 신용도 및 재무구조의 안정성”은 총 25점으로 점수가 가장 높고, 이 평가항목내 “주요 경영지표 현황”은 17점"이라고 지적했다. 그런데 부산광역시 금고 지정 및 운영 조례(이하, 금고 조례) 별표1 평가항목별 배점에서는 “금융감독원, 행정안전부 등 감독기관의 경영실태평가 또는 검사기준에서 양호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만점 처리가 가능하다”고 했으나, 금고 조례 별표2 평가항목별 세부 평가 기준 ‘일반원칙’에서는 “세부항목별 배점 하한은 배점한도의 60% 이상으로 하여야 하고, 모든 평가 세부항목의 점수편차는 배점한도에서 순위 간 10%의 비율을 동일하게 적용하여 균등하게 배분하여야 한다”고 하고 있다. 감독기관의 평가에서 양호하다고 하면 동일하게 만점 처리하는 것이 공정할 것으로 보이는데, 굳이 다시 차등적으로 배점한다는 것은 결국 규모가 큰 시중은행이 지방은행보다 유리하게 적용되는 것으로밖에 볼 수 없기 때문에 차등 배점방식은 적절해 보이지 않는다는 비판이다.
둘째, “금고업무 관리 능력”은 정성적 평가이다. 이 평가항목 내 ‘금고업무 수행능력’은 부산광역시 및 구‧군 등 지방자치단체의 금고 업무 취급 경험, 금고업무 수행조직(인력운영 계획 포함) 및 운영 능력 등을 객관적으로 비교․평가한 후 금융기관별 순위에 따라 배점을 한다고 정의하고 있다. 하지만 시중은행은 전국적으로 여러 지방자치단체의 금고에 지정될 가능성이 높은 반면 지방은행은 영업이 해당 지역에 집중되어 범위와 규모의 제한성을 가지고 있다. 이 때문에 시중은행과 지방은행의 금고 업무 관리 능력을 단순 비교하게 되면 시중은행이 더욱 유리해지는 문제가 있다. 따라서 평가위원들이 이 항목을 평가할 때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노력한 지방은행의 역할과 실적들을 충분히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셋째, “부산시에 대한 대출 및 예금금리”이다. 일반적으로 시중은행은 지방은행 대비 자산규모, 신용등급, 채권시장 인지도 등에서 월등해 지방은행 보다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따라서 시중은행은 유리한 조달 금리를 기반으로 높은 금리를 제안할 수 있어 지방은행은 상당히 불리할 수밖에 없다.
넷째, “부산시와 금융기관 간의 협력사업 계획”이다. 협력사업은 배점이 2점에 불과하다고 할 수 있지만 시금고 지정에서 상징적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금고 지정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현재 행안부의 규정엔 협력사업비가 예년 협력사업비의 20%로 상한을 설정해 놓았지만 말 그대로 권고 사항이라 강제력이 없고 유명무실하다. 결국 자금력이 뛰어난 시중은행이 과도한 제안을 할 경우, 지방은행으로선 매우 불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다섯째, “지역재투자 실적”은 배점이 7점인데, 이 항목은 지역재투자에 대한 금융위원회 평가 - 3 -결과, 부산시 소재 중소기업 대출실적과 저신용등급 중소기업·소상공인 대출실적이다. 하지만, 지역재투자 현황에 대한 금융위원회 평가에 의하면 변별력이 없어 (2023년도 금융회사 지역재투자 평가 결과 발표1). 부산은행, 국민은행, 기업은행 모두 최우수 등급 평가) 지방은행이 유리하다고 볼 수 없다. 최근 3년간 5대 시중은행의 지자체 금고 입찰 건수는 160여 건에 육박하고 이 중 입찰 성공률은 94%를 넘어서고 있다.2) 즉, 10번 금고 유치를 시도하면 최소 9번은 선정됐다는 것이다. 이는 결국 지역경제의 주축인 지방은행이 갈수록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는 형국이다. 결국 막강한 자금력을 앞세운 시중은행의 과도한 금리 제안, 협력사업비 공략, 그리고 지방은행의 형편을 고려하지 않은 불공정한 평가 배점으로 지방은행의 지자체 금고 유치는 더욱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은 결국 지역경제 활성화와 지방은행의 설립 목적과도 거리가 멀다. 부산시금고 지정을 얼마 두지 않은 현시점에서 시금고 지정의 주요 항목들의 배점을 변경하기에는 시기적으로 매우 어렵다. 그러나 차선책으로 주요 경영평가 지표 항목에 대해서는 차등적 배점이 아닌 감독기관의 평가 기준에서 양호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만점 처리가 더 적절해 보이고, 금고업무 관리 능력 항목에 대해서는 금고 선정 평가위원들이 지역경제를 위한 지방은행의 실적을 고려해 신중하게 평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시민 재원으로 만들어진 시금고는 자금이 역외로 유출되지 않고 지역 내 선순환 구조를 형성하는데 마중물과 같은 역할을 한다. 따라서 부산시는 금고 지정을 어떻게 하는 것이 지역경제를 위한 길인지 다시한번 살펴보고, 이를 위한 합당하고 슬기로운 대책 마련에 적극 나서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부산경실련은 이날 '금고 지정 평가항목별 배점기준(부산광역시 금고 지정 및 운영조례 제3조 제1항)' 등을 첨부하는 등 시 금고 선정에 대한 높은 관심을 증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