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시민단체들이 "법원이 정치인과 언론인에게 ‘공짜 골프’를 접대했다는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것은 부당하다"고 반박했다.
부산지법 형사항소2-2부는 지난 8일 지인들에게 ‘공짜 골프’를 제공한 혐의(업무상 배임)로 기소된 구영소 전 아시아드 컨트리클럽(아시아드 CC) 대표에게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구 씨는 아시아드 CC 대표로 지낸 2015년~2018년 시기 정치권 인사나 기자를 상대로 ‘공짜 골프’를 치게 한 다음, 직원을 통해 예약 내역을 삭제하는 방법 등으로 골프장 이용료를 받지 않는 방법으로 61회에 걸쳐 모두 4480만원 상당 손해를 끼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부산민주언론시민연합과 부산참여자치시민연대는 11일 "부산시가 출자한 산하기관의 대표로 재직하면서 사적 이익과 인맥관리를 위해 부당한 지시와 손해를 끼친 것"이라며 "이 사실은 2019년 검찰 수사와 한 언론사의 보도를 통해 알려졌다. 접대 대상에 정치권 인사와 언론인이 다수 포함되어 당시 지역사회는 충격을 받았고, 부산민언련·부산참여연대 등 시민단체가 검찰의 철저한 수사와 법원의 엄정한 처벌을 요구한 바 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검찰이 제출한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 시민단체들은 "언론보도에 따르면 판결문에 ‘지인에게 무료 골프를 치게 해 준 것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당시 골프장의 경영상태와 동반 라운딩한 사람들이 대부분 기자인 점 등 여러 정황에 비춰 경영상 목적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며 "어처구니가 없다"고 질타했다.
시민단체들은 "청탁금지법상 접대 금지 대상인 기자와 동반해 경영상 목적으로 무료 골프를 치게 했다면 더 큰 문제가 아닌가. 그런데 재판부는 정치·경제 권력을 감시해야 하는 언론인과의 유착 정황이 뚜렷한데도, 언론인을 접대한 구 전 대표와 ‘공짜 골프’를 친 기자에게 면죄부를 주었다"며 "이번 판결은 골프 접대를 합리화하고 권장하는 태도이자 사법부 스스로 현행 청탁금지법을 사문화한 것"이라고 성토했다.
뿐만 아니라 "2019년 수사 사건이 이제야 2심 판결이 나왔다는 것도 개탄스럽고, 당시 압수수색 등 적극적인 증거 확보와 엄정 수사에 나서지 않았던 검찰에도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고 규탄했다.
시민단체들은 "부산이, 그리고 우리 사회가 접대와 인맥으로 기득권을 공고히 하는 공정하지도 않고, 형평성도 없고, 정의롭지도 못한 것은 검찰의 선택적인 적당한 수사, 검찰 뒤에 숨어서 비겁한 판결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검찰과 재판부는 인식하길 바란다"며 "또한 접대 명단에 포함되어 있으면서도 지금까지 어떠한 사과도, 재발 방지책 마련도 없는 언론사와 언론인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