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토론 후 여론조사… 6일 오후 단일후보 확정, 2위 사퇴서 제출
부산 금정구청장 보선에서 민주당과 혁신당이 '역선택 논란'을 넘어 후보 단일화를 다시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 제외해온 민주당의 규정을 혁신당이 수용하면서, 5일 토론회 후 5일 오후와 6일 오전 여론조사를 실시해 6일 오후 5시 단일후보를 발표한다는 일정을 확정한 것이다.
민주당은 오랫동안 이런 규정을 유지해 왔으나, 혁신당이 "이번에는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에 대한 반감을 가진 국민의힘 지지자들 가운데 상당수가 단일 후보를 통한 정권심판에 동의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 조항 적용에 반대하면서 4일 오전 민주당이 협상 결렬을 선언하기도 했다.
오는 16일 실시하는 5개 재보궐선거 가운데 금정구청장 보선에 전국적인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지난 4월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비례대표만 공천해 12석을 배정받는 돌풍을 일으킨 조국 대표의 고향인 부산에서 실시하는 선거이다보니 조국혁신당이 부산시 감사위원장을 역임한 류제성 변호사를 공천하면서 당력을 집중해오고 있다. 이재명 대표의 더불어민주당도 입지전적인 경력의 김경지 변호사를 공천하며 정권 심판에 앞장선다는 각오를 밝혀왔다.
김경지 민주당 후보와 류제성 혁신당 후보가 3일 저녁식사를 함께 하며 단일화 협상을 타결해 야권 지지자들이 환호했다. 이재성 민주당 부산시당위원장과 유대영 혁신당 혁신정책연구원 졍책부원장이 동석한 협상에서 단일화에 합의한 것이었다. 하지만 4일 오전 민주당 김성회 대변인은 "토론회 후 실시할 여론조사에서 역선택 방지 조항을 혁신당이 거부해 단일화 협상이 결렬좼다"고 발표해 충격을 안겼다.
여론조사 방식 논란으로 민주당이 '협상 결렬'을 선언하자 역신당은 내부 논의를 거쳐 "민주당 요구를 모두 수용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단일화 불씨가 되살아났다. 투표용지 인쇄 전인 오는 7일 이전 단일화를 촉구해온 금정주권자시민행동 등 지역사회의 압력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민주당 천준호 전략기획위원장과 혁신당 정춘생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양당이 합의한 부산 금정구청장 후보 단일화 방식을 발표했다.
후보자 토론회는 5일 오전 10시부터 2시간 동안 정준희 한양대학교 정보사회미디어학과 겸임교수 사회로 한 차례 진행한다. 단일후보는 5일과 6일 이틀에 걸쳐 안심번호 100%, 자동응답방식(ARS)을 통해 '후보 적합도'를 묻는 방식으로 조사해 결정한다. 조사대상은 민주당과 혁신당 지지층, 무당층으로 조사 문항 보기에는 20자 이내로 증빙 가능한 경력 1개와 정당명, 이름을 넣기로 했다. 최종 여론조사 결과는 6일 오후 5시에 공개한다는 내용이다.
'역선택 방지'에 대한 의견차이로 양 당은 진통을 겪었다. 이날 오전 김성회 민주당 대변인이 "혁신당 쪽에서 추가 조건을 걸어 협상이 결렬됐다"며 "후보 경쟁력으로 (단일화) 여론조사를 하기로 합의했는데, 혁신당이 역선택 방지조항을 빼자고 해 협상이 결렬된 것"이라고 발표해 충격을 줬다. '역선택 방지'는 민주당이 국민의힘 지지층을 조사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으로, 국민의힘 지지자들이 자신들에게 유리한 후보를 선택할 경우를 방지하다는 것이다. 결국 혁신당 후보를 선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것이지만, 이 규정은 민주당의 오래된 규정이다.
혁신당 정 부대표는 민주당 김 대변인 발표 직후 국회에서 회견을 열어 "협상을 이어오는 과정인데 민주당이 일방적으로 '결렬'을 선언했다"며 불쾌해하면서 긴장감이 높아지기도 했다. 혁신당은 "국민의힘을 지지하지만 윤석열 정권 심판에 동의하는 모든 사람이 여론조사에 참여할 수 있도록 열어주자는 입장인데 (민주당 측이) 역선택 방지를 반대했다고 왜곡했다"고 반박하고 "혁신당은 윤석열 정권을 심판해야 한다는 국민적 열망을 배신할 수 없기 때문에 민주당의 모든 요구조건을 수용하겠다"고 밝혀 분위기를 역전시켰다.
민주당은 △여론조사 대상자를 성별·연령별로만 할당 △여론조사에 사용할 후보자 경력 내역에서 1개월 이하 경력도 기재 △여론조사 전 한 차례만 토론 △역선택 방지조항 포함 등을 주장했고, 혁신당은 △여론조사 대상자에 지역별 할당도 포함 △입증 가능한 6개월 이상 경력만 기재 △여론조사 전 최소 두 차례 토론 △역선택 방지조항 배제 등을 주장해왔다. 혁신당은 "류 후보가 정치 신인이지만 높은 경쟁력을 가졌다"며 "토론 횟수가 많을수록 유리하다"는 입장이다.
혁신당은 단일화 재합의를 전격 결정한 것은 "조국 대표의 대승적 차원의 결단이 작용했다"고 강조했다. "윤석열 정권을 심판해야 한다는 대의에 부응하기 위해 조 대표의 지시에 따라 민주당 주장을 모두 수용했다"는 설명이다. 혁신당은 "다소 불리해지더라도 정권 심판이라는 대의를 우선해야 한다는 조 대표의 결단에 따라 수용했다"며 "단순한 단일화가 아니라 정권의 무능과 횡포를 심판하는 '이기는 단일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한편 6개월전 22대 총선에서 전재수 민주당 의원을 제외한 17석을 쓸어담은 국민의힘이 강세를 보인다는 분석 속에 금정구청장 보선은 야권 단일화를 성사시키면 접전을 펼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총선에서는 민주당 지역위원장인 박인영 전 시의회 의장이 43%를 득표해 주목을 받았다.
부산에서 발행하는 일간지인 국제신문이 이날 발표한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여론조사(1~2일 금정 거주 만18세 이상 남녀 505명, 휴대전화 가상번호를 활용한 무선 자동응답(ARS) 100%, 응답률 7.3%.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 확인) 결과 ‘야권 단일 후보 적합도’에서 민주당 김 후보가 34.8%로 혁신당 류 후보(16.8%)를 오차범위 밖에서 앞섰다. 김 후보는 18~29세를 제외한 30~70세 이상 모든 연령층에서 류 후보를 오차범위 밖으로 밀어냈다. 특히 "국민의힘 지지층도 김경지 13.3%, 류제성 10.5%, 없음 50.6%, 잘 모름 25.8%로 응답해, 국민의힘 지지층의 역선택 여지는 적어 보인다”는 분석이다.
야권이 단일화하면 김 후보가 윤 후보에 3.5%포인트(p) 차이로 오차범위 이내로 근접해 통계상 차이가 없어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류 후보는8.5%p 뒤지는 것으로 조사됐지만 역시 오차범위 이내였다. 민주당과 혁신당이 단일 후보를 내면 선거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다만 3자 대결에서는 윤일현 국민의힘 후보가 41.9%로 이긴다고 조사됐다. 김경지 민주당 후보 31.9%, 류제성 혁신당 후보 12%로 오차범위(±4.4%)를 넘는 결과였다.
금정구청장 후보 3명은 모두 지역내 장전동에 위치한 부산대 출신이다. 윤 후보가 경영학과 83학번이며, 김 후보가 경제학과 85학번, 류 후보가 법학과 94학번이다. 세 후보 모두 7년전 부도난 침례병원 공공병원화와 산업은행 부산이전 등 현안에 찬성하고 있다. 다만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입장이 극명하게 갈린다.
류 후보의 혁신당은 '윤 대통령 탄핵을 당론'으로 정했고, 김 후보의 민주당은 "당론은 아니지만 국민들은 이미 심정적으로 탄핵 상태"라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윤 후보는 곤혹스런 상황이지만 '검증된 일꾼'론으로 돌파하겠다는 입장이다. 금정구 유권자들의 선택에 전국적인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