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대, 남구, 부산진구... 공사비 급등, 조합원 의견 차이 등 내홍 깊어
재개발과 재건축 과정은 때로는 무한정 길어지면서 조합원들을 지치게 만든다. 부산에서도 여러 조합들이 다양한 내외부 사정으로 사업 추진 기간이 길어지면서 많은 문제들을 노출하고 있어 사회 문제로 비화하고 있다. 관련 당국의 보다 정밀한 지도 점검과 세심힌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대표적으로 사상구 엄궁1구역 재개발조합이 최근 조합원들의 뜻을 모아 임시총회 개최를 준비하고 있어 주목을 받고 있다. 비상대책위원회가 주도하는 이번 임시총회는 조합장 해임을 요구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다음달 초로 예정한 총회에서 비대위는 조합장을 교체하고 새로운 시공사를 선정한다는 계획으로 알려졌다.
엄궁동 412번지 일대에 추진 중인 대규모 주택재개발 정비사업은 지난 8월 전 조합장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구속된 전 조합장과 함께 총무로 일하던 현 조합장에 대한 불신이 비대위로 수렴된 것으로 분석된다.
엄궁1구역 재개발은 약 26만 4015㎡ 부지에 지하 5층, 지상 35층 규모의 아파트 13개 동을 신축해 총 1777세대를 공급하려는 사업으로 관심을 모았다. 총사업비가 365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한 대형 프로젝트이다. 전체 세대 중 조합원 502세대, 임대 100세대를 제외한 1175세대를 일반분양할 예정이다.
엄궁은 서부산권 주요 생활권으로 꼽히며, 우수한 교육환경과 교통 접근성을 갖춘 데다가, 김해신공항고속도로와 도시철도 사상~하단 5호선 엄궁역 신설, 엄궁대교 등 대규모 개발사업들이 연결되면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조합은 2021년 코오롱글로벌㈜와 시공 계약을 체결했으나, 비대위는 "불공정 조항이 많다"며 해지하고 새로운 시공사를 찾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공사비 급등에 대한 책임을 일방적으로 조합원들에게 부담하게 할 수 있는 조항들을 대표적인 독소조항으로 우려하고 있다.
특히 조합장이 조합원들에 위해를 가하는 등 여러 차례 사법적 문제를 노출하며 논란을 빚은 끝에 검찰에 구속 기소되며 신뢰를 잃었다는 것이다. 비대위는 "다수 조합원 지지를 확보해 총회를 통한 변화룰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비대위 관계자는 "현 조합장이 전 조합장과 같이 상상하기 힘든 일들로 조합원들에게 많은 피해를 입혔다"며 "새로운 집행부를 꾸려 새 시공사를 선정해 투명하고 효율적으로 조합을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새 시공사 후보로는 현대건설, DL건설(전 대림건설), 포스코건설, 대우건설 등 1군 업체들을 검토히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을러 해운대 우동 1구역(삼호가든) 재건축조합도 비대위가 오는 21일 총회를 열어 조합장을 해임하겠다고 밝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조합은 지난달 30일 임시총회를 열어 시공사 디엘이앤씨 선정 무효안을 통과시켰다.
또한 남구 감만동에 9천여 세대의 초대단지를 건립 추진 중인 감만1재개발구역도 조합 내 갈등이 깊어져 사업 추진이 정체상태라는 지적이다. 이곳은 2007년 재개발구역 지정 인가를 받았다가 2015년 민간임대 공급정책인 '뉴스테이' 개념이 도입되면서 감만1구역의 69%가 전환했다. 대우건설과 동부건설 컨소시엄을 시공사로 선정했지만, 사업성이 떨어질 것을 우려한 조합원들이 일반분양으로 재추진하면서 소송전이 이어지고 있다. 조합장 해임과 무효 판결 등이 반복되면서 내홍이 깊다는 관측이다.
부산진구 시민공원 촉진4구역도 지난 8월 시공사인 현대엔지니어링이 공사비 인상을 요구하자 시공사 선정 계약을 해지했다. 여기도 비대위가 조합장 해임 절차를 밟는 것으로 알려져 시민들의 우려를 낳고 있다.
재개발 및 재건축 조합들의 이같은 갈등 양상은 공사비가 급등하고 건설 경기가 침체하는 등 경제사회적인 위기 상황에다가, 일부 조합원들 간의 의견 차이와 이를 원만하게 조정하지 못하는 지도력 부재 등이 더해지면서 내홍이 깊어져 불신이 높아지면서 벌어지는 일이라는 분석이다.
거듭되는 악재 속에 조합원들과 주민들의 사업지연에 대한 우려를 불식하고 다수의 뜻을 모아내는 과정에 상당한 진통을 거치더라도 옥동자를 태어나게 할 수 있을 것인지 관계 당국은 물론 시민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