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수효 칼럼] 유통기한은 소비기한으로 바꿔야
[안수효 칼럼] 유통기한은 소비기한으로 바꿔야
  • 안수효 논설위원
  • 승인 2021.07.06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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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수효 논설위원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가 내년부터 유통기한 대신 소비기한을 도입한다.

1985년 도입한 식품 유통기한 제도가 26년 만에 바뀐다. 유통기한은 제품의 제조일로부터 유통·판매가 허용되는 기간을 말한다. 반면 소비기한은 적절한 보관 조건을 지키면 먹어도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기간이다.

소비기한은 일반적으로 유통기한보다 길며, 규정된 보관조건에서 소비를 해도 안전에 이상이 없는 기한이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유통기한은 식품에 인쇄되어 있고 소비자 기간은 없다.

시민들의 잘못된 인식은 유통기한이 지나면 먹어서는 안 되며 버려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신선식품인 우유를 비롯해서 유통기한이 조금이라도 지나면 왠지 꺼림칙하고 탈이 날 것 같아서 버리게 된다. 보관만 잘 했다면 식품 대부분은 유통기한을 조금 넘겨서 먹어도 문제가 없다. 이렇게 된 이유는 정부의 책임도 크다. 유통기한이 지난 식품을 보관이나 판매 하였을 경우 단속하고 처벌을 하다 보니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받아들인다.

실제 한국소비자원이 2009년 부패에 가장 민감한 유제품을 대상으로 우유는 0~5℃ 냉장보관을 하면 최대 50일까지, 치즈 70일, 건면 50일, 냉동만두 25일, 식빵 20일까지 섭취가 가능하다 했다. 유통기한이 끝나면 폐기라는 등식을 이제 정말 폐기해야 할 때가 왔다는 것이다. 2019년 기준 국내 음식물 쓰레기는 하루 14,000톤이 넘는다. 이 가운데 유통기한 때문에 버리는 게 최대 57%다. 정부는 이에 따른 제조업체의 식품 반품 손실비용을 연간 6,500억 원(2009년 기준)으로 추정하고 있다. 또한 소비자들이 구매한 식품을 소비가 가능한데도 유통기한이 지났다는 이유로 폐기하면서 연간 515만t(19조6000억 원 상당)의 음식물 쓰레기가 발생하고 있다.

이렇게 상상을 초월하는 식품 낭비는 지구를 죽이고 탄소중립을 정면으로 위배되는 정책이다, 올해 P4G 서울 녹색 미래 정상회의 개최를 계기로 탄소중립 시대를 실현하기 위해 마련된 것이다.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26%는 식품 생산, 6%는 음식쓰레기가 원인이라 유통기한을 소비기한으로 바꾸면 에너지 소비 와 온실가스를 줄이는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본다. 2019년 세계농업기구(FAO)는 한 해 버려지는 음식물 쓰레기가 13억t, 여기서 배출되는 탄소는 33억t 이라고 발표했다. 식품 1kg당 온실가스 배출량은 소고기 59,6kg, 돼지고기 7,2kg, 닭고기 6,1kg, 쌀 4kg, 두부 3kg, 땅콩 2,4kg 수준이다. 온실가스 배출량은 단연 소고기가 압도적으로 많다.

소비기한 표시제가 도입될 경우 원자재가 상승으로 오르고 있는 식품가격의 안정에도 도움이 될 뿐 아니라 사회적 낭비를 줄이는 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환경단체를 비롯한 시민단체들은 그동안 음식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식품 소비기한 표시제 도입을 주장해왔다. 실제로 유럽연합(EU), 일본 등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국은 물론 동남아시아·아프리카의 대부분 국가에서도 유통기한이 아니라 소비기한을 제품에 표시하고 있다. 이들 국가들이 우리나라 보다 의식이나 안전관련 수준이 뒤 떨어지기 때문에 소비기한을 기준으로 하는 것은 분명 아니다.

기후위기가 발등에 떨어진 불이 되었지만 우리는 아직도 강 건너 불구경 했다. 한번 잘 못 길들여진 것은 쉽게 교정이 안 된다. 호주의 초원에서 풀을 먹고 자란 소들이 한국에 수출하기 위해서 수개월 을 축사에 가두어 놓고 고열량 사료를 먹여 마블링이 나오게 만들어 보낸다. 소고기 지방이 풍부해야 만이 비싼 값에 판매 할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마블링이 쇠고기 품질의 기준이 된 이후로 바뀌질 않는다. 인위적으로 설정한 유통기한이 절대적인 기준이 될 수 없다. 지구를 살리고 환경을 살리는 소비기한 제도를 하루라도 먼저 도입해야 한다.

소비기한으로 전환하면 식품가격의 안정에도 도움이 될 뿐 아니라 사회적 낭비를 줄이는 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이며, 무엇보다 환경문제 해결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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