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안전공단 통계자료를 살펴보면 이륜차 사망사고의 주요 원인은 ‘머리 상해’로 전체 사망 원인에서 41.3%를 차지한다. 동일한 원인의 승용차 사망사고 비율(23.7%)보다 17.6%포인트 높다. 지난해 국내에 등록된 오토바이 등 이륜차는 228만9000여대로 2019년보다 약 5만2000대 늘었다. 오토바이 사고는 하루 평균 36건이 발생하며, 하루 50명 부상에 1명이 사망한다.
배달 오토바이들의 급격한 증가현상은 코로나19로 인하여 비대면 소비가 확산하면서 이륜차 수는 더욱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 이들 가운데는 직업적으로 퀵서비스 등과 같은 일에 종사하면서 안전장구를 갖추고 운행하는 이도 적지 않지만 아직도 그렇지 못한 이들이 부지기수다.
오토바이 사고의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헬멧은 자동차의 안전띠에 비교할 만큼 생명줄이나 마찬가지다. 문제는 시중에 유통되는 오토바이(이륜차) 헬멧 대부분이 충격흡수 기능이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소비자원이 온라인 쇼핑몰에서 판매하는 헬멧 10개 제품을 대상으로 충격 성능을 실험한 결과 8개 제품이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이들 가운데 6개 제품은 안전확인 인증을 받았지만, 충격흡수 성능은 기준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의 주행거리별 교통사고 분석결과에 따르면 이륜차 운전자는 승용차 이용자보다 사망할 가능성이 29배 높으며, 부상 가능성도 5배 높다고 한다. 독일도 크게 다르진 않다. 독일 연방도로관리청(BASt)의 2017년 한 보고서에서는 이륜차의 사고비율이 일반 자동차보다 약 4배가량 더 높고, 사망률은 10배 이상 높다는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모의실험에서 오토바이 사고가 났을 때 헬멧을 쓰지 않아, 나타나는 현상은 충격적이었다. 인체 모형의 마네킹을 태우고 시속 50km 로 달리는 오토바이가 자동차와 충돌 하였을 때 헬멧을 착용한 오토바이 운전자는 머리에 중상을 입을 확률은 24%인 반면, 헬멧 미착용 운전자가 중상을 입을 확률은 99%로 나왔다. 그리고 자동차와 충돌하면 사고 부위는 머리에 집중된다고 조사됐다. 한국교통안전공단 2014년~18년 오토바이 운전자 사망원인은 머리 41.1%, 얼굴 13.5%, 가슴 부위 31.1%로 나타났다. 오토바이 운전자는 반드시 규격용 헬멧 착용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것이다.
2019년 6월 경기도 고양시에서 열차 건널목에서 오토바이 운전자와 달려오는 열차가 추돌했는데, 오토바이 운전자는 10m나 날아갔는데 헬멧을 쓴 운전자는 살았다. 그만큼 헬멧의 중요성을 일깨워주는 대목이다.
보통 오토바이 헬멧은 풀 페이스(full - face) 헬멧과 하프 페이스(half - face) 헬멧으로 구분한다. 풀 페이스(full - face) 헬멧은 머리와 안면 전체를 감싸는 헬멧이며, 하프 페이스(half - face) 헬멧은 머리를 감싸지만 안면이 노출되는 헬멧이다. 고속으로 달릴 때는 풀 페이스 헬멧, 저속으로 달릴 때는 하프 페이스 헬멧이 적합하다. 하지만 명심해야 할 것은 사고로 한 번 충격을 받은 헬멧은 외관이 멀쩡해도 사고 시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충격을 받은 헬멧은 사용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안전은 운전자 본인이 지키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아파트나 도로를 걷다보면 신호를 무시하고 굉음을 울리며 달리는 오토바이를 쉽게 목격한다. 인도 위를 걷던 보행자들을 깜짝깜짝 놀라게 만들기도 한다. 인도와 차도를 오르내리면서 곡예 하듯 지그재그로 달려 다른 운전자를 위협한다. 신호를 무시하다 교차로에서 나 뒹굴어져 있는 오토바이를 발견하곤 한다.
고속주행 때 공기저항으로 오토바이의 안전을 저해하고 부착도 어렵다는 이유에서 법안이 보류된 오토바이의 후면 대신 앞면에 번호판을 달아야 한다는 주장에 이제는 귀를 기울일 때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