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 시립박물관은 27일 기장군 철마면 고촌리 산 36번지 발굴 현장에서 고촌리 고분군 학술발굴조사 현장공개설명회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이번 설명회는 국정과제인 「가야문화권 조사·연구사업」의 일환으로, 지난 9월 6일부터 시립박물관이 최초로 진행하고 있는 ‘고촌리 고분군’의 정식 발굴조사 성과를 공개하기 위해 마련됐다.
고촌리 고분군은 기장군 철마면에 위치한 고촌 신도시와 실로암공원 진입로 사이 구릉 일대에 위치한다. 1960년대 동래고등학교 향토반 학생들이 이 주변에서 유물을 채집하면서 처음으로 알려졌고, 시의 문화유적 지표조사를 비롯한 수차례의 지표조사를 통해 4세기 후반에서 6세기 후반까지 연속적으로 축조된 삼국시대 고분군임이 1998년 학계에 보고됐다.
이후 특별한 관리가 이뤄지지 않은 가운데, 2019년 「가야문화 연구복원사업 기본계획 수립용역」에서 비지정문화재 발굴조사사업으로 제안되면서 재조명됐고 이에 시립박물관은 고촌리 고분군의 역사적·학술적 기초자료를 확보하고 향후 유적 보존방안을 마련하고자, 올해 조사 예산을 확보해 이번 발굴조사를 추진하게 됐다.
정밀조사는 고촌리 고분군이 위치한 구릉 정선부 약 150㎡에 대해 실시됐다. 조사 결과, 목곽묘(木槨墓, 덧널무덤) 6기, 석곽묘 1기, 옹관묘 2기, 구상유구 1기 등 총 10기의 유구가 확인됐다. 목곽묘의 부장유물은 주로 머리와 발치 쪽에서 출토되었는데, 고배, 호, 기대(器臺, 그릇받침) 등 토기류가 다수를 차지하고, 철부(도끼), 철겸(낫), 철도자(손칼) 등 철기류도 출토됐다. 특히 규모가 가장 큰 2호 목곽묘에서는 목걸이에 자주 쓰이는 곡옥(曲玉 굽은옥)이 출토돼 이목을 끌었다.
목곽묘 출토 토기에서 주목할 점은 금관가야를 대표하는 외절구연고배(外切口緣高杯, 그릇의 아가리(구연부)가 바깥으로 꺾인 굽다리접시)가 다수 부장되었다는 점이라고 박물관은 전했다. 외절구연고배는 금관가야 지배자 집단의 고분군으로 알려진 김해 대성동 고분군과 부산 복천동 고분군에서 4세기 이후부터 출현하고 있으며, 금관가야의 권역을 설정하는 지표로 삼는 것이 고고학계의 일반적인 견해다. 이번에 출토된 목곽묘 부장토기는 금관가야 중심고분군의 부장토기와 거의 유사한 형태로, 400년 전후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고촌리 고분군과 인근의 복천동 고분군, 김해 대성동 고분군과의 관련성을 연구할 수 있는 자료가 확보되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이현주 시립박물관 학예연구실장은 “이번 발굴조사를 통해 잘 알려지지 않은 고촌리 고분군의 역사적·학술적 실체가 확인됐다”라며, “부산지역 가야사를 올바르게 연구하고 복원할 수 있는 성과가 나와, 많은 시민들이 현장설명회를 통해 살아있는 고고학 현장을 체험하고 공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