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 직후 격동기의 현대사 관련 전시회가 부산시청에서 열린다. 제주도에서 벌어진 4.3항쟁과 전남 여수와 순천 일대에서 발생한 이른바 여순반란사건 관련 현대사를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는 기회가 될 전망이다.
"4·3과 여순 – 동백이 피엄수다" 전시회가 8일부터 오는 20일까지 부산광역시청 2층 전시실 2관과 3관에서 열린다. 개막식은 오는 9일(화) 오후 3시부터 연다.
이번 전시는 (사)제주4·3범국민위원회가 주최하며 (사)부산민주항쟁기념사업회를 비롯한 문화체육관광부, 제주4·3평화재단, 제주4·3희생자유족회, 연세대학교 김대중도서관, 노무현재단 제주위원회, 노무현재단 부산위원회, 부산제주특별자치도민회가 공동 후원한다.
떼려야 뗄 수 없는 형제의 역사인 제주4·3과 여순을 70여 년 만에 하나로 연결하여, 해방과 정부 수립 과정에서 발생한 국가 폭력과 이에 저항한 민중들의 모습을 살펴보고, 인권 유린의 역사를 잊지 말고 기억하자는 취지로 준비되었다. 서울, 광주, 대전, 대구 전시에 이어 부산에서 열리는 순회 전시다. 6개월간 4·3 관련 단일 미술 전시가 진행되는 것은 최초다.
올해는 2018년 제주4·3 70주년 당시 대한민국의 심장인 광화문에서 “제주4·3은 대한민국의 역사입니다”를 외친 이래 네 번째 봄이다. 특히 지난 2021년에는 4·3의 완전한 해결을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이 개정(21.02.26, 12.09)되었고, 「여수·순천 10·19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21.06.29)되어 70여 년만에 진실을 밝힐 수 있는 법적 장치가 마련된 기념비적인 해였다.
"4·3과 여순 – 동백이 피엄수다" 전시회는 아픔을 기억하고 세대를 계승한다는 의미에서 20대 작가부터 50대 작가까지 총 11명의 작가가 참여했다. 이찬효 작가는 구천을 헤매는 영혼들의 함성이자 살아남은 자들이 피할 수밖에 없음을 여러 조각으로 표현하였으며, 손유진 작가는 버려진 폐목에서 과거의 기억을 도출하여 오늘 우리가 야만의 역사를 기억해야 함을 인두화로, 현아선 작가는 어릴 때 4‧3의 현장을 다니며 각인된 고통스러운 역사를 연필 한 줄 한 줄의 연필화로, 이수진 작가는 민중의 삶의 주식인 보리줄기로 해방부터 진실을 밝히는 70여 년의 역사를 관통하는 보리아트로 표현했다.
임재근 작가는 4‧3 당시 대전 랑월 골령골에서 학살당한 수많은 제주민의 학살 현장을 사진으로, 정기엽 작가는 토벌대(공권력)에 의해 한 마을이 완전히 사라져버린 아픔을 안개와 영상으로, 박금만 작가는 성인이 되어 유가족으로서 여순항쟁의 진실을 파헤치며 알게 된 진실의 역사화로, 박성태 작가는 당시 14연대 군인들이 출병을 거부하고 떠났던 항쟁의 길을 흑백 사진으로 표현했다.
기록전 형식을 통해 일반인들이 접근하기 어려웠던 당시 미군이 작성한 문서 중 비밀에서 해제된 미군 문서들과 당시 언론 기사, 정부 기록, 진실을 밝혀 온 대한민국 대통령(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문재인)들의 기록들을 주철희․ 박진우 작가가 준비했다. 이야기 작가인 이하진 씨는 예술 작품을 하나의 이야기(story-telling)로 엮어 전시 해설을 통해 제주4‧3과 여순을 이해할 수 있도록 작업했다.
전시회를 주최하는 (사)제주4·3범국민위원회 백경진 상임이사는 부산 전시에 대해 “부산은 해방 전후 제주 사람들이 가장 많이 왕래하고 거주하는 지역으로 제주민들의 영혼이 숨 쉬고 있는 곳으로 4·3항쟁과 형제인 여순항쟁 등 11명의 작가가 한국 전쟁 전후의 야만적 역사에 대한 진실을 담고자 노력했다”고 말했다.
부산은 일제강점기와 해방 전후 제주민들이 한반도 본토와 일본을 왕래하는 창구로의 역할을 수행하던 곳이다. 영도다리 입구에는 제주도민들이 건립한 제주특별자치도민회 사무실이 있을 정도로 부산은 제주민들의 애환이 있는 곳이기에 부산 순회전은 그 의미가 매우 커 시민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