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100일 윤석열 정부, 지방분권균형발전 공약실천... 집행기구 요구"
반도체학과 증원 "수도권 초집중 심화 부추기는 반균형발전정책" 비판
수도권 공장 신‧증설 허용 "지역의사 무시, 일방적 반분권적 발상" 질타
전국 시민단체들이 "지방분권‧균형발전 실천을 위한 부총리급 정부 부처 설치 등 강력한 집행체계를 조속히 구축하라"고 촉구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 100일 맞은 17일 지방분권전국회의, 지방분권균형발전 부산시민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오후 2시 부산광역시의회 등 전국 동시 기자회견을 열어 '부총리급 지방분권‧균형발전 정부부처' 조속 설치를 촉구하고, 대선 공약 이행을 주문했다.
지난달 26일 윤석열 정부는 6대 국정목표와 그에 따른 120개 국정과제를 최종 확정, 발표했다. 6대 국정 목표에는 ‘대한민국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가 설정됐으며, 120개 국정과제에는 ‘지방분권 강화’, ‘공공기관 이전’ 등 10개의 지방분권‧균형발전 과제가 포함됐다.
시민단체들은 "목표와 과제는 일부 다듬어지기는 했지만, 정부 출범 이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와 지역균형발전특위 차원에서 각각 발표한 바 있어 새로운 내용은 아니다"며 "정부 출범 초기 국정 핵심방향을 다시 한번 강조하면서 본격적인 실천을 하겠다는 국민 약속을 재천명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병준 지역균형발전특위 위원장은 ‘지역주도 균형발전’, 즉 지방분권형 균형발전을 거듭 강조했고, 인수위는 “대한민국 재도약의 선결조건인 지역불균형 해소의 의지를 담았다”고 국정목표 설정의 배경을 설명했다. 윤석열 대통령 역시 지방시대의 중요성을 여러 차례 언급하고 지방분권과 균형발전 추진 의지를 밝혀왔다.
"그런데 현실은 어떤가. 정부초기의 주요정책 실행, 현장이행은 정반대로 가고 있다"고 지적한 시민단체들은 "반도체 인재양성을 위한 반도체학과 학생 수 확대를 명분으로 수도권 대학의 정원을 늘리도록 허용하고, 산업입지 규제 개선을 명분으로 수도권 자연보전권역에 공장 신‧증설 면적 확대 및 국내 복귀 기업의 수도권 경제자유구역 내 공장 신‧증설 허용 방침을 발표, 진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시민단체들은 "규제완화, 규제개혁의 이름으로 수도권 초집중 심화를 부추기는 반균형발전 정책, 지역의 의사는 무시한 중앙정부의 일방적인 반분권적 발상이라는 점에서 지방시대의 국정 목표가 실종되었다는 깊은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윤석열 정부는 집권 초기부터 지방시대가 아니라 수도권시대, 균형발전이 아니라 수도권 초집중을 확대·강화하는 정책을 추진하며 지방분권은 보고서나 말로만 언급하고 있어 국민 약속을 저버리고 있다"고 질타한 시민단체들은 "근본적으로 지방분권‧균형발전을 현장에서 실행할 주체가 부재한 데서 비롯된다"고 진단했다.
반 지방시대의 정책들이 교육부, 산자부 등 정부 부처에서 추진·실행되고 있는데, 정작 분권과 균형발전 정책을 실행할 기구나 단위는 보이지 않는 다는 지적이다.
기존의 자치분권위와 균형발전위는 대통령 자문위로서 사실상 앞으로의 역할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관측이다. 이들은 "더욱이 역대 정부에서 검증되었듯이 자문위 차원의 조직으로는 실질적인 지방분권‧균형발전의 실현이 난망하다는 점에서 강력한 집행력을 가지는 새로운 행정조직 설치가 시급하다"고 촉구했다.
최근 행안부는 자치분권위와 균형발전위의 기능을 통합한 지방시대위원회 설치 방침을 제시했는데, 이는 대통령령으로 설치되는 기구로 자문위의 성격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당장 새로운 행정조직을 만들 수 없는 법적 한계가 있기는 하지만, 조속한 입법과정을 거쳐 행정조직으로 위상과 역할을 강화하겠다는 구체적인 방안이 제시되지 않아 문제"라는 것이다.
그동안 시민사회와 학계, 자치단체와 지방의회 등에서 지방분권‧균형발전 실천을 위해서는 강력한 집행력을 가진 행정조직 설치가 핵심이라는 점을 누누이 강조하고 ‘부총리급의 분권균형발전부’ 설치를 제안했다. 인수위 시절, 균형발전특위를 중심으로 부총리급의 부처 설치가 검토되기도 했다.
시민단채들은 "검토로 끝나서는 과거의 실패를 반복할 수밖에 없다. 실행해야 한다"며 "당장 윤석열 정부는 지방시대를 실행할 부총리급 정부 부처 설치 작업에 나서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들은 "지방시대의 국정목표와 엇박자를 내고 있는 작금의 정책혼선을 정비하고 2차 공공기관 이전, 초광역지방정부(특별연합) 구축 등을 통한 명실상부한 지방시대로 나아가기 위해 윤석열 정부의 국가운영체계 혁신, 즉 부총리급의 정부 부처 설치 등 강력한 집행체계 구축"을 거듭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