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ㆍ보편적 국제인권기준, 구금된 피의자에게도 최대한 인권 보장 명령"
경남지역 진보단체들이 소위 ‘창원 간첩단 조작 사건' 관련, 검찰의 강제인치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고 규탄했다.
23일 "소위 ‘창원 간첩단’ 조작 사건 변호인단"과 "정권위기 국면전환용 공안탄압 저지 및 국가보안법 폐지 경남대책위원회"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공공수사1부가 사건 관련 진보ㆍ민중운동 활동가들에 대한 연일 불법적인 강제인치 시도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는 보도자료를 전날 오후 늦게 발표했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는 이날 오후 2시 소위 ‘창원 간첩단 조작 사건'의 구속 피의자 4명에 대해 강제인치 시도를 했으나 여론의 부담을 느꼈는지 강행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검찰은 오후 3시 44분경 변호인에게 '23일 오후 2시에 위 피의자들을 강제인치해 피의자 조사를 하겠다’고 통보했다.
검찰은 진술거부권을 행사하고 있는 피의자들에게 연속적으로 강제인치 및 피의자 신문 시도를 하는 이유에 대해 ‘피의자 측에 소명기회를 주는 취지이고, 진술을 거부하더라도 그러한 태도가 법정에서 하나의 증거자료로 쓰일 가능성도 있다’는 취지로 언론에 말했다.
하지만 변호인단과 경남대책위는 "궤변에 불과하다. 피의자 측에 소명기회를 주기 위해 피의자의 명시적 의사에 반해 저항하는 피의자에게 수갑을 채우고, 포승줄로 묶어서 검사실에 강제로 끌고 온다는 것인데, 이것이 피의자들에게 유리한 소명기회를 주는 것이라는 궤변을 믿을 국민은 없다"며 "이러한 궤변은 검찰 스스로도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는 피의자들을 강제인치하는 것이 야만적이고 불법적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이를 가리기 위한 거짓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또한 "진술을 거부하는 태도를 법정에서 하나의 증거자료로 쓰겠다는 검찰의 발상은 헌법 제12조 제2항 모든 국민은 형사상 자기에게 불리한 진술을 강요당하지 아니한다는 진술거부권 보장 규정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반헌법적 발상"이라며 "피의자들의 진술거부권 행사를 양형에 불리한 자료로 쓰겠다는 반헌법적 발상을 언론에 공공연히 공표하는 검찰의 몰상식에 분노와 통탄을 금할 수가 없다"고 질타했다.
형사소송법 제244조의3(진술거부권 등의 고지) ① 검사는 피의자를 신문하기 전에 다음 각 호의 사항을 알려주어야 한다.
1. 일체의 진술을 하지 아니하거나 개개의 질문에 대하여 진술을 하지 아니할 수 있다는 것
2. 진술을 하지 아니하더라도 불이익을 받지 아니한다는 것
3. 진술을 거부할 권리를 포기하고 행한 진술은 법정에서 유죄의 증거로 사용될 수 있다는 것
4. 신문을 받을 때에는 변호인을 참여하게 하는 등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수 있다는 것
형사소송법에 의하면 "검사는 피의자 신문 전에 반드시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더라도 불이익을 받지 아니한다는 점과 오히려 진술거부권을 포기하고 행한 진술은 법정에서 유죄의 증거로 사용될 수 있다는 점을 고지할 의무가 있다"는 지적이다.
그런데 "검찰은 피의자들의 진술거부권 행사를 양형에 불리한 자료로 쓰겠다고 국민들 앞에 공공연히 공표했다. 검찰의 태도는 진술거부권을 보장할 의사는 추호도 없고, 형사소송법은 단지 장식에 불과한 것으로 읽어주기만 하면 충분하며, 만약 검사로부터 진술거부권을 고지받은 피의자가 실제로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면 불이익을 주겠다는 것으로 법 규정조차 준수할 의사가 없음을 공공연히 자인하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변호인단과 대책위는 "검찰의 위헌적이고 반인권적인 발상도 기가 차지만, 무의미하고 불필요한 피의자신문을 강행하기 위해 위법·부당한 강제인치를 하겠다며 21일부터 3일 연속으로 매일 소환 통지를 하는 작태를 비난하지 않을 수 없다"며 "충분한 시간적 여유도 주지 않고 임박하여 연일 피의자들을 소환하겠다는 검찰의 저열한 수준에 할 말을 잃었다"고 통탄했다.
"연속하여 매일 소환 통보를 당하는 것이 피의자의 입장에서 얼마나 큰 고통이 될 것인지 아무런 고려도, 배려도 없는 모습에서 검찰이 대체 인권에 대한 최소한의 인식이 있기는 한 것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는 지적이다.
변호인단과 대책위는 "굳이 불법적 강제인치를 위한 소환 통보를 하더라도 변호인의 접견 등 피의자의 방어권을 위해 최소한 하루나 이틀의 말미는 두고 소환 통보해야 한다"며 "그것이 피의자의 인권을 최소한이나마 존중하는 자세이다. 헌법과 보편적 국제인권기준은 구금된 피의자에게도 최대한의 인권을 보장하도록 명령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변호인단은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의 반헌법적, 반인권적 발상에 따른 연일 강제인치 시도를 규탄하며, 공익의 대표자인 검사로서 인간의 존엄성을 존중하고 기본권 보장의무가 있음을 명심하고, 더 이상 피의자들의 헌법상 기본권인 진술거부권을 침해하지 말고, 불법소환과 피의자신문 시도를 즉각 중단하라"고 요구했다.